미 정부, 지출감소 "묘안백출"..재정난 사상 최악

주유소 슬롯머신 설치 ·경찰차 광고부착 등 재원확충 "안간힘"
  • 등록 2003-04-21 오후 4:04:12

    수정 2003-04-21 오후 4:04:12

[edaily 전미영기자] 공공시설의 전구 세 개중 하나는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빼놓는다(미국 미주리 주). 교사가 수위 역할까지 겸한다(오클라호마 주). 지방 검사를 해고한다(코네티컷 주). 교도소 수감자를 조기 출옥시킨다(켄터키 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재정난을 겪고 있는 미국 주 정부들이 짜낸 방안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필사적"이라고 표현한 주 정부들의 지출 억제 노력은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부 주는 주립대학 등록금을 최근 2년 동안 20% 이상 올렸다.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조금 지원이 중단됐고 경비 절감을 위해 공공 도서관은 일찍 문을 닫는다. 도로 재포장도 연기되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재정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주 정부들이 올해와 내년에 줄여야 하는 지출폭은 1000억달러에 달한다. 한 마디로 "찬 밥 더운 밥을 가릴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주 정부에서 당연히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공짜" 서비스들이 속속 폐지되고 있다. 공원과 학교가 폐쇄되고 정부 장학금은 자취를 감췄다. 오클라호마 주에선 학교 직원의 대량 감원으로 교사들이 통학버스를 운전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재정난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신규 세금 도입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전통을 갖고 있는 일부 의회도 어쩔 수 없이 세금 인상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네브라스카 주 의회는 지난 해 소득세 등을 인상했으나 예산 부족분을 메우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연방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월 주지사들을 모아놓고 "경기부진과 전쟁 때문에 주 정부를 지원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재원 확충을 위한 노력도 줄을 잇고 있다. 지금 미국의 주 정부들은 주유소에 슬롯머신을 설치해 한 푼이라도 돈을 벌어 들이려 애쓰고 있다. 미시간 주의 한 경찰서에서 낸 아이디어는 순찰용 차량 임대료와 순찰차의 기업광고를 맞교환 한다는 것. 관할 경찰청장은 지방 의회가 승인해주기만 한다면 기업광고를 부착한 순찰차를 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주 정부의 긴축재정이 일부 사람들에겐 박물관 직원 감축으로 인한 문화유산 관람 기회의 축소를 의미하는 정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학금을 박탈당한 고학생들에겐 학업 중지를, 의료지원이 끊긴 빈곤층 환자에겐 생사의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가장 심각한 의료 보조금 삭감의 경우 텍사스주가 어린이 27만5000명을 의료지원 수혜 대상에서 제외했고 오하이오 주도 5만명을 의료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뺄 예정이다. 지난 해 콜로라도 주가 12만명의 노년층에 대한 재산세 감면 혜택을 폐지하면서 연 486달러를 세금으로 더 내야하게 된,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둔 한 여성은 이렇게 항변했다. "우리는 열심히 일했고 그간 내야할 세금을 다 냈다. 전쟁을 치를 돈이 있다면 왜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예산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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