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647억 과징금…쟁점은 '통행세'인가, '통행료'인가

SPC그룹 과징금 및 형사고발 근거는 '통행세'
계열사 거래에 삼립이 낀 '부당지원' 사례인데
법원에서 다툴 듯…SPC "경영효율화 조처"
  • 등록 2020-08-20 오전 11:00:00

    수정 2020-08-21 오전 11:44:14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제빵회사 SPC삼립은 SPC그룹 계열사에서 둘째 격이다. 둘째의 주된 역할은 형제간에 가교를 대는 것이었다. 맏형 파리크라상이 ‘파리바게뜨’에서 판매하는 빵은 막내 동생네 회사에서 원재료(밀가루·햄·우유·잼 등)를 사와 만들었는데, 삼립이 중간에서 물건을 받아넘겼다. 원래는 파리크라상을 포함해 제빵 계열사 3곳이 원재료 계열사 8곳(최소)과 각자 거래했다. 단순히 거래 경우의 수는 24개(3*8)인데, 생산계획·주문·재고관리·검수 등 업무가 겹치니 실제 거래는 그물망처럼 복잡했다.

삼립이 나선 것은 2013년 9월부터다. 사려는 쪽과 팔려는 측 중간에서 거래를 중개했다. 삼립이 2018년 9월까지 주도한 계열사 내 거래 규모는 약 4895억원이다. 업무 창구가 일원화되니 계열사 모두 일이 줄어 반겼다. 일이 줄자 사업비도 감소했다. 제빵 3사는 삼립에 수고비 명목으로 381억원을 제공했다. 절감한 비용과 비교하면 더 경제적이었다.

밖에서 보기엔 달랐다. 계열사 각자가 스스로 거래를 하면 될 일인데, 삼립이 괜히 낀 것으로 비쳤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삼립에 돌아간 수고비 381억원을 이른바 ‘통행세’라고 봤다. 거래를 비싸게 주도한 게 잘못이라고 했다. 예컨대 파리크라상은 삼립을 통해 밀가루 강력분(제빵용)과 난황(노른자)을 779원과 8899원에 각각 사들였는데, 직거래했으면 740원과 8307원이면 충분했다고 봤다.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SPC그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립 주가가 상승한 것도 문제였다. SPC삼립 주가는 계열사 거래를 주도하기 시작한 2013년 6월 3만6500원에서, 2015년 8월 한때 41만5000원까지 뛰었다. 통행세로 381억원을 챙겨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해 건실한 회사로 평가받은 결과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주가가 오르면 허영인 회장 일가 이익이 늘었다. 피해는 소비자 몫이라고 했다. 파리크라상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2017년 7월 일부 품목의 구매 방식을 직거래(정확히는 재료 회사를 흡수합병)로 바꾼 이후 매입 단가가 내렸으나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였다.

SPC는 억울하다. 통행세가 아닌 정당한 거래에 대한 대가라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밀다원(밀가루) △에그팜(액란) △호남샤니(잼) 등 원재료를 생산하는 계열사는 생산만 주력한다. 판매와 관련한 업무는 삼립에 의존했다. 모두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을 중복해서 두지 않은 까닭은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다. 내부거래가 아닌 외부거래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품질관리와 원료수급을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다. 식품업계에서 흔한 형태이다.

아울러 삼립이 거래 과정에서 허울로 존재한 게 아니라는 증거도 있다. 공정위에 제출한 관련 자료만 12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생산계획 △가격결정 △영업 △주문 △검수 등에서 역할을 한 내용이다. 관련 내용은 지난달 제출했는데, 결과도 지난달 나왔다. 이 과정을 아는 관계자는 “면밀하게 검토하기에 시간이 충분했는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삼립 주가 상승과 허 회장의 사익 추구도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반박이다. 허 회장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려면 지분 100%를 가진 파리크라상을 밀어주면 될 일인데, 개인 지분이 32.7%인 삼립을 지원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허 회장 일가는 주식을 처분한 적도 없다. 물론 파리크라상이 삼립의 최대주주이지만, 간접 이익일 뿐이다.

거래를 비싸게 주도했다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모든 빵이 같은 등급과 종류의 밀가루로 만드는 게 아닌데, 평균으로 접근하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파리크라상은 제품 맛을 살리고자 프랑스산 밀가루를 사용하고 맞춤형 제조 공정을 도입했다. 구매 비용이 평균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SPC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은 ‘통행세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출발하는데, 삼립은 계열사 간 거래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통행세를 받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공정위 심판서를 받는 대로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원에 소송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20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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