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국정농단→부동산…위기마다 등장한 ‘집단사표’의 역사

靑 참모들 ‘부동산 비난’ 자초하고 민심 악화되자
대통령비서실 참모진 일괄사표…5일새 과반 수리
참여정부부터 이어지는 집단사표…분위기 쇄신
  • 등록 2020-08-13 오전 11:00:00

    수정 2020-08-14 오전 11:02:31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만은 아닙니다. 민심 악화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 참모진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은 말입니다.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위기 때마다 ‘집단사표’가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文대통령 임기 3분의2…집단사표 전격발표

문재인 정부에서 집단사표가 나타난 것은 지난 7일입니다. 집단사표 발표는 전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7일 낮 12시44분, 청와대 기자단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직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 오후 1시30분 ‘대변인 브리핑’을 예고하는 공지가 떴습니다.

사안은 ‘인사 관련’이라고만 짤막하게 달렸습니다. 당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다섯 명 전원이 오늘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로 사의를 표명했다”고만 짧게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이례적이었습니다. 일단 사의표명 발표 시간이 그렇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 비서실장 등이 문 대통령에 사표를 제출한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 이후로 추정됩니다. 그 뒤 최대한 빠르게 사의 표명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자 했다고 합니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지라, 청와대 참모들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공표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그간 청와대에서는 인사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언급을 극도로 꺼려왔습니다. 게다가 사의를 표명한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이를 전격발표한 것은 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이뤄졌다는 방증입니다.

공식적인 사의표명 이유는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입니다. 최근 상황이 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민심 악화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이 주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 논란, 시세보다 비싸게 내놔 ‘부동산 처분 의지가 없다’는 논란, 이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남자는 부동산을 잘 모른다’는 구설수 등이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민심은 갈수록 악화됐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을 보면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부동산 정책’을 이유로 든 경우는 6월 첫째 주만 해도 1%에 불과했지만 최근 9주 사이 33%까지 치솟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 참모진들의 사표제출 사흘 만인 지난 10일 김조원 민정수석과 강기정 정무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을 전격 교체했습니다. 그 이틀 뒤인 12일에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후임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사표를 제출한 6명 중 4명의 사표를 빠르게 수리한 겁니다.

후임 수석들은 모두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자로 구성됐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를 상기하면서 “최근 인사 발표를 보면 공직사회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정농단에 광우병, 인사파문…위기마다 등장

전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민심이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되자 박 대통령이 직접 일괄 사표제출을 지시했습니다. 2016년 10월 28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이틀 전인 25일 대국민사과를 발표했고, 26일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더 나아가 비서실장뿐 아니라 수석 전원에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안종범 정책조정·김재원 정무·우병우 민정·정진철 인사·김규현 외교안보·김성우 홍보·강석훈 경제·현대원 미래전략·김용승 교육문화·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도 비서실 수석을 중심으로 교체인사가 이뤄졌습니다. 인사·외교안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수석은 유임이 결정돼 이듬해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이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 사표를 재차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광우병 사태가 터지면서 참모진들의 일괄사표를 비교적 빠르게 받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출범 반년 만인 2008년 6월 19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설명하고 국민에 사과하는 대국민담화를 준비했는데, 그 때 류우익 대통령실장 및 1기 청와대 참모진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도 빠르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동관 홍보수석을 제외한 7명의 수석비서관을 모두 교체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1기 참모진 교체에 무척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전 대통령은 출범 초 수석비서관들을 소개하면서 “제 입장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로 뽑았다”고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낼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인사 문제로 인해 일괄사표 홍역을 치뤘습니다. 2005년 1월 당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임명 사흘만에 사퇴하고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자체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인사추천·평가·검증 업무를 담당한 참모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2005년 1월 9일 노 전 대통령은 인사 파문에 대해 국민에 공개 사과했는데, 같은날 김우식 비서실장과 정찬용 인사수석 등 청와대 인사추천위 참석멤버 전원이 사의를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다음날인 10일 인사 관련 담당자인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의 사표를 수리하는 한편 여타 참모진들의 사표는 반려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중요한 결정은 내가 해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가 참 난감하지만 정무직은 정무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면서 “(이 부총리 인사 관련) 해당 부서의 책임자인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에 대해 수리를 검토하겠다. 나머지 사표 제출자는 반려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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