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어깨 맞댄 세월에 얹은 알록달록한 위로

△미광화랑서 '더 빌리지' 전 연 작가 이정자
'부산 감천문화마을' 옮긴 연작으로
고단한 세월·역사 덮인 장소성 부각
파스텔톤 분채서 색 선명한 유화로
예술 앞서 '현실'인 세상에 말 걸어
  • 등록 2022-06-16 오후 12:00:00

    수정 2022-06-16 오후 1:51:13

이정자 ‘더 빌리지’(The Village·2022), 캔버스에 오일, 161×130㎝(사진=미광화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여행 좀 다녀본 사람은 안다. 아니 다니지 못해본 사람도 안다. 한눈에 들어오는 저곳이 어딘지. 맞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다. 웬만한 포토그래퍼는 한 번씩 거쳐 갔고, 그 뒤를 따라 아마추어 셀피족까지 앞다퉈 카메라를 들이대는 저 풍경에 작가 이정자(57)는 대신 붓끝을 멈춰 세웠다.

작가는 ‘분채 풍광’이라 부를 만한 독특한 작업을 해왔다. 파스텔톤 분채기법으로 색감은 덜고 질감을 얹은 건데. 작가에게 풍경은, 특히 감천마을의 풍경은 반들거리는 매끈함보다 꺼끌꺼끌한 투박함이었던 거다. 그러던 작업에서 얼마 전부턴 분채를 빼내고 유화로 돌아왔다는데. 살맛 난 건 색이다. 한 겹 필터를 벗겨낸 듯 선명하고 투명하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가. 퍽퍽한 세월이 쌓이고 척박한 역사가 덮인 곳이다. 빨갛고 파란, 초록과 노랑의 총천연색을 입었다지만, 여전히 어깨를 맞댄 벽과 벽이, 집과 집이 예술보다 현실로 말을 거는 곳이다.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눈에 비치는 그 현실을 작가는 그저 ‘더 빌리지’(The Village)란 타이틀로 담담하게 옮겨놨다. 손닿지 않는 먼 곳에서 잡아낸 전경은 물론 골목길 전신주, 옥상의 빨랫대까지,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그 세월을 다독인 작가의 알록달록한 위로가 살아 있다.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개인전 ‘더 빌리지’에서 볼 수 있다. 전시작 25점 중 감천문화마을 연작이 20여점이다. 전시는 23일까지.

이정자 ‘더 빌리지’(The Village·2022), 캔버스에 오일, 91×116㎝(사진=미광화랑)
이정자 ‘더 빌리지’(The Village·2022), 캔버스에 오일, 161×130㎝(사진=미광화랑)
이정자 ‘더 빌리지’(The Village·2022), 캔버스에 오일·혼합재료, 91×72㎝(사진=미광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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