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불교 유적지 미얀마 `바간`

  • 등록 2006-06-08 오후 2:34:29

    수정 2006-06-08 오후 2:37:15

[바간(미얀마)=스포츠월드 제공] 쉐산도탑에 달린 풍경이 낭낭한 울음을 토한다. 어디선가 닭이 훼를 치고, 어둑어둑한 들녘을 가로질러 사람들은 일터로 향한다. 어둠을 가르고 동편 하늘에 해가 솟아오르자 바간분지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햇살이 파고드는 황토들녘, 어둠에 잠겨 있던 탑들이 하나둘씩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탑은 지천에 있었다. 눈이 닿는 모든 땅에 탑이 솟아 있었다. 탑은 웃자란 야자수 만큼 많았고, 비 온 뒤 솟아난 죽순처럼 많았다. 들녘을 채우고 있는 탑의 갯수는 자그만치 2500여개. 그야말로 불경의 바다다.

바간(Bagan)은 양곤에서 북쪽으로 500㎞ 거리에 있다. 이곳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불린다. 이라와디강이 감싼 약 20㎢의 황량한 분지가 모두 불탑으로 채워졌다. 이 불탑들은 이 지역에 불국토를 건설하려 했던 바간왕국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미얀마에 불교가 전파된 것은 기원전 2세기경. 당시 미얀마의 남부 문족이 통치하던 타툰왕국을 통해서다. 그러나 불교가 미얀마 전역으로 퍼진 것은 11세기경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바간왕국의 아노라타왕에 의해서다.

아노라타 왕이 바간을 통치하던 어느날, 타톤왕국의 신아라한이란 승려가 바간까지 왔다. 이 승려는 사냥꾼에게 가르침을 전했고, 이것이 아노라타왕의 귀에 들어갔다.

아노라타왕이 승려를 궁궐로 초대해 앉을 자리를 권하자 주위를 둘러보더니 왕좌에 앉아 대뜸 불법을 설파했다. 그 모습에 끌린 아노라타왕은 이전까지 숭배하던 힌두교와 낫신앙(무속)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했다.

아노라타왕은 불교의 경전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노라타왕의 부탁을 받은 타톤왕국의 마누하왕은 ‘너희같이 싸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부처의 말씀을 전할 필요가 없다’고 조롱했다. 이에 격노한 아노라타왕이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타톤왕국을 침공, 마누하왕과 부인, 건축가, 승려들을 포로로 잡아왔다.

이 때부터 바간에 탑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불교가 미얀마 전역으로 전파됐다. 바간왕국은 13세기 말까지 바간 지역에 5000여개의 탑을 세웠다. 그러나 몽골의 침공으로 멸망하면서 더이상 탑은 세워지지 않았다. 1284년 밍갈라제디탑이 바간왕조가 세운 마지막 탑이다.

바간을 찾는 이들은 커다란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들은 왜 이렇게 많은 탑을 쌓았을까. 해답은 부처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다. 부처는 불법을 설파하며 보시(널리 배풀기), 지계(계율 지키기), 선정(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등을 수행의 기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부분은 수행자를 제외하고 일반 대중은 지키기가 어렵다.

그러나 보시는 마음만 있으면 일반 대중도 실천할 수 있는 수행이다. 미야만인들은 보시 가운데 가장 큰 공덕을 탑과 사원을 조성하는 것이라 여겼고, 이곳에 수천기의 탑을 세운 것이다.

바간의 탑은 들어갈 수 있는 것과 외부만 볼 수 있는 것, 두가지 형식을 띄고 있다.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사원으로 승려들이 기거하며 수행을 했던 곳이다. 외부만 볼 수 있는 탑은 부처나 역대 큰 스님의들의 사리를 모시는 탑이다.

바간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탑은 2500여개. 지금은 새로 지을 수는 없고 무너져 내린 것만 복원이 가능하다. 탑은 대부분 흙벽돌로 지어졌다. 흙벽돌을 구워 쌓은 후 그 위에 회칠을 했다. 내부는 벽화를 그려넣고, 꼭대기는 황금으로 칠했다. 당시 조성된 탑의 원형은 쉐지곤 파고다에서 볼 수 있다. 이 탑은 전체를 황금으로 도배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

바간에서 최초로 조성된 탑은 쉐산도다. 이 탑은 위로 올라가 볼 수 있는 유일한 탑이다. 쉐산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장엄하기 그지없다. 황금노을 속으로 솟아오른 탑군은 미얀마인들의 불심을 말없이 보여준다.

바간에서 가장 높은 탑은 탑빈유로 61m에 달한다. 가장 아름다운 탑인 아난다는 아노라타왕의 아들 쟌시타왕이 조성한 것으로 인도 히말라야에 있는 난다문사원을 본떠 만든 것이다. 틸로밀로는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탑으로 평가 받는다.

쉐산도와 이웃한 담마얀지는 유일하게 미완성으로 남은 탑이다. 이 탑은 아버지와 동생, 아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나라투왕이 1163년에 자신이 지은 죄를 참회하기 위해 조성한 탑이다. 그러나 그는 시대의 폭군이었다. 그는 바늘을 가지고 다니며 탑이 견고하게 지어졌는지를 조사했다고 한다. 만약 탑에 바늘이 들어가는 구멍이 생기면 노예의 팔을 잘랐다고 한다.

바간의 탑은 탑으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들의 놀이터고, 노인들의 휴식처다. 또 이글이글 타는 태양과 바위를 부술 듯이 퍼붓는 소나기를 그을 수 있는 피난처다. 1000년 전 불국토를 꿈꾼 바간왕국의 ‘위대한 역사’는 오늘을 사는 후손들에게 커다란 보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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