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경기 보며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 등록 2006-06-23 오후 8:48:57

    수정 2006-06-23 오후 8:48:57

[오마이뉴스 제공] 지난 6월 13일 밤 한국과 토고 월드컵 축구경기를 지켜보던 강원도 고성군의 태 아무개 할아버지(80)가 '심장돌연사'로 사망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이천수가 동점골을 넣는 순간에 '심장발작'을 일으키면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한다.

지난 6월 10일 <오마이뉴스>가 '심장질환'이 있거나 '고혈압 환자'는 새벽시간대의 흥분된 응원은 사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보도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에서 경기 시청 도중 돌연사한 사람은 7명이다. 이번 월드컵도 2002년에 못지않게 긴장감을 끄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흥분해서 응원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쓰러졌을 때 응급조치를 잘 한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프랑스전에 이어 새벽 시간대에 열리는 스위스전에서 혹 발생할지 모르는'심장돌연사'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경북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 원장(38·심장전문의·의학박사)에게 들어보았다.

"월드컵 경기처럼 박진감·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보다보면 누구나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이 빨라지게 된다. 정상인이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평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흥분해서 응원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고 서영배 박사는 경고한다.

이번 독일월드컵은 심야 시간에 경기를 보게 된다. 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새벽시간대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경기가 편성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새벽 시간에는 혈압이 평소보다 더욱 상승하므로 응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새벽은 막 잠을 깬 직후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대사활동이 갑자기 많아진다. 이 때문에 심장 운동량도 늘어나 혈압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잠에서 바로 깨어 날 때가 하루 중 혈압이 가장 높은데 당일 최저 혈압보다 10-20% 정도 높다고 한다.

따라서 새벽 시간에 흥분한 상태에서 응원을 하다보면 혈압이 급상승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45세 이상에 흡연자이고 비만하며 당뇨병이 있다면 응원에 앞서 사전 준비가 꼭 필요하다.

응원에 앞선 사전준비는 매우 간단하다. 첫째, 혈압의 급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기에 너무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가능한 조용한 장소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이 모인 거리응원전은 분위기 그 자체만으로 흥분을 야기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둘째, 새벽에 깨어난 직후 물을 충분히 마셔 수면 중 탈수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렇게 하면 혈관 내에 피가 뭉쳐지는 '혈전(피떡)'의 생성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셋째, 경기 중 소변을 참아서는 안된다. 거리응원은 사람이 많아서 화장실 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줄서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소변을 참는 것은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된다. 또 참았다가 소변을 보면'심장신경성실신'을 일으켜 소변 보는 도중 쓰러져 '심장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술과 담배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혈압을 높이고 몸의 탈수현상을 촉발하므로 피해야 한다.

심장 마비 치료는 '시간이 곧 생명'이라고 할 만큼 1분 1초를 다툰다. 평소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의 위험요소가 있는 사람은 평소에도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빠른 이송 준비, 가까운 병의원과 응급실 연락처를 미리 알아두고, 상황 발생 시 실시간 통화를 해가면서 대처한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또 평소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게는 주위 사람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은 '인공호흡법'이나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처치법'을 알아두면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살려 낼 수도 있다.

자신이 심장 돌연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알고 보면 매우 쉽고 간단하다.

①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구역질, 식은 땀, 어지러움증 등이 동반될 때
② 가슴 한가운데나 가슴 왼쪽이 뻐근하게 아프거나, 누르듯 조여 올 때
③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왼쪽 어깨나 팔 목 등으로 뻗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니트로 글리세린(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치료약)'을 혀 밑에 넣거나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심장돌연사할 가능성이 80% 이상이나 된다.

위의 증상으로 갑자기 쓰러지면 3분 이내 인공호흡이나 심장 마사지 등의 응급처치를 하고 7분 이내에 심폐소생 조취를 해야 사망을 막을 수 있다. 응급처지는 환자를 평평한 장소에 눕히고 기도 확보를 위해 턱을 들어 고개가 뒤로 젖혀지도록 한 후 입을 벌리게 한다. 숨을 쉬는지 확인한 뒤 호흡이 없을 경우 '구강대 구강의 인공호흡'을 시행한다.

그래도 호흡이 없다면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15대 2로 반복 시행해야 한다. 혼자 할 때는 심장 압박 15번마다 2회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2명이라면 5회 심장 압박마다 1번의 인공호흡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니트로글리세린' 등의 응급처치약도 없고,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없을 때, 심장이 조여 오면서 의식이 가물가물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영배 박사는 미국 로체스터 종합병원저널의'심근경색 자가 처치법'이 매우 유용하다며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심근경색이 일어났음을 느낀 뒤 의식을 잃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0초도 안 된다. 당황하지 말고 반복적으로, 가급적 세게 기침을 해야 한다. 기침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깊게 숨을 들이쉬어야 하며, 한번 더 기침을 할 때는 가슴 깊은 곳에서 침을 끌어 올리듯이 깊고 길게 기침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심호흡과 기침은 2초 간격으로 의식이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면 허파 안으로 산소가 공급되고, 기침을 하면 마치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처럼 심장을 압박하고 혈액이 순환된다. 심장에 대한 압박은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심장마비를 일으킨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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