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향하는 中중산층…경기침체로 불법 이민 급증

최근 14개월 동안 美불법 입국 중국인 6만명 달해
"中부동산 위기 이후 가난해진 중산층도 다수 포함"
"경제 이렇게 나빠질줄 몰랐다…中엔 탈출구 없어"
체제에 대한 불만도 한몫…"자유와 더 나은 삶 원해"
  • 등록 2023-12-21 오후 1:45:21

    수정 2023-12-21 오후 1:45:2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원해 미국에 왔어요.”

자신을 릴리라고 불러달라는 33세의 중국 여성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 멕시코 접경마을인 자쿰바에서 블룸버그통신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불법 입국 후 망명을 신청한 그는 중국 본토에서 튀르키예, 콜롬비아,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자쿰바 대피소가 수용 인원을 꽉 채운 탓에 릴리는 현재 외부 사막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미국 국경 순찰대원이 6일(현지시간) 멕시코 접경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자쿰바에서 불법 입국한 이민자들을 단속하고 있다.(사진=AFP)


경기침체를 피해 미국에 불법 입국하는 중국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지난 14개월 동안 약 6만명의 중국 이민자들이 불법적으로 미국 국경을 넘다가 구금당했으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이 미 캘리포니아주에 수용됐다. 같은 기간 미 국무부로부터 정식으로 이민 비자를 발급받은 중국인은 2만 4603명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본토에서 적절한 서류 없이 여권만 가지고 미국 국경을 넘는 사람 수가 최근 몇 년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며 “소셜미디어(SNS)에 육로를 통한 불법 이민 경로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AP통신도 올해 1~9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미 국경순찰대에 붙잡힌 중국인이 2만 21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41명)의 12.7배를 넘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건 불법 이민자 상당수가 중국 중산층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이 특히 눈에 띄는 이유는 중남미 이민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 아시아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유해 보이고 사막 수용소 생활을 불편해하기 때문”이라며 이민자들 사이에 중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기업가, 부동산 시장 붕괴로 해고된 근로자,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열망하는 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일부 견해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중국의 극심한 경기침체가 중국인 불법 이민자가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산층의 자산 기반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 붕괴로 사업 기반을 잃어 이민을 결심했다는 황궈덩(42)씨는 “가족들과 신용카드로 연명하고 있다. (중국에선) 탈출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난이 심화하며 중국 체제에 대한 불만도 높아졌다. 푸젠성 출신의 저우씨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정 사업 부문에 대한 단속에 이어 코로나 봉쇄 조치가 겹치면서 운영하던 공장이 문을 닫게 됐다면서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미국에 왔다. 중국에서 큰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수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젊은 불법 이민자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왕헝(26)씨는 일본, 에콰도르, 파나마, 멕시코 등을 거쳐 밀입국했으며, 이를 위해 5000달러를 지불했다고 했다.

미 CBP는 중국인 불법 이민자들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하며 “법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CBP 대변인은 “국경에서 마주친 개인은 검사와 조사를 받고, 체류할 법적 근거가 없는 사람은 추방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민의 미국 불법 입국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모든 형태의 불법 이민을 반대하고 단호히 단속하며 이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적극 전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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