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공화국 인정한 '가덕도 특별법'…충청권은 '부글부글'

부산시장 보선 의식 여·야 정치권, 가덕도 특별법 통과
사업비 500여억 서산민항은 10여년넘게 제자리걸음만
가덕도 신공항 0.68% 불과…올해 예산 15억 전액 삭감
청주도심관통 충청권광역철도망 구축사업도 답보상태
  • 등록 2021-03-04 오전 11:00:00

    수정 2021-03-05 오전 8:15:32

[서산=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가덕도 특별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를 두고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수조~수십조원의 천문학적인 혈세가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각종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지역의 이익만을 위해 쏟아붓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지역 간 형평에 맞는 일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수 십년간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공항 건설을 추진 중인 충남의 경우 이번 가덕도 특별법 통과로 충청 소외론이 확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청와대·국회, 부산시장 선거 앞두고 혈세 수십조 베팅…가덕도 특별법 국회 통과

가덕도 특별법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비교적 손쉽게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내달로 예정된 부산시장 보선을 겨냥한 ‘표(票)퓰리즘 공항’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데다 공항의 경제·안전·환경성 등 여러 논란이 큰 만큼 향후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덕도 특별법은 입법 추진 과정부터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입지 선정 과정 없이 가덕도를 공항 예정지로 못 박은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입니다.

예산도 실제 사업비보다 대폭 축소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아래는 부산항신항. 사진은 지난 4일 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치권과 부산시가 당초 주장했던 7조~8조원이 아닌 최대 28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내용도 국토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입니다. 국토부가 지난달 특별법 심사 과정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전달한 보고서에는 가덕도 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28조 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또 진해비행장 공역 중첩 등의 이유로 위험성이 증가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기존 김해공항과 동시에 운영할 경우 돗대산 추락 위험도 있다는 것이 국토부 측 설명입니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바다를 메꾸는 작업에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으며, 땅이 고르지 않게 침하하는 현상인 부등침하 등도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해양 매립으로 생물다양성, 보호 대상 해양생물 서식지 등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이 훼손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경단체들도 가덕도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2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논평을 통해 “그동안 가덕도 신공항을 밑어붙이던 청와대와 여당의 모습은 아무런 타당성도 없는 선거용 토건사업을 향한 폭주였다”며 “과거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모습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은 기후위기를 가속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시급한 재정을 낭비할 따름”이라며 “입으로는 그린뉴딜을 말하면서 터무니 없는 토건사업을 밀어붙이는 이율배반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PK서 수십조 오가는 사이 충청권은 15억 서산민항 예산 삭감…민심 부글부글

충남도와 충남 서산시는 10여년 전부터 서산비행장 민항(이하 서산민항) 유치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중국 등 인근 국가들과의 교역이 활발해지고, 공항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전국에서 광역 도(道) 단위에서 공항이 없는 곳은 충남이 유일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사업이 바로 서산민항입니다. 이 사업은 충남 유일의 공항인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을 활용해 공항을 건설한다는 내용입니다. 11.9㎢ 면적의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은 길이 2743m와 폭 46m의 활주로 2개가 있습니다. 중형인 A300·B767급(200석 규모)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시설입니다. 국토부가 진행한 ‘서산군비행장 민항시설 설치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보면 서산공항은 활주로 건설을 제외한 여객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토지매입 등 총사업비 규모는 490억여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일반 공항 신축 재원의 10% 수준이며, 가덕도 신공항 예산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집니다. 부산시가 주장하는 7조 5000억원의 0.68%에 불과합니다.

충남도와 서산시가 2016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진행된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서산민항의 경제성(B/C)은 1.32로 경제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서산민항과 관련된 예산은 정부 예산 반영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충남도가 올린 서산민항 관련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15억원도 올해 정부 예산에서 빠졌습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대상에는 포함됐지만 기획재정부 심의에서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용역비 15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입니다. 결국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한 가덕도 특별법이 국회를 본회의를 손쉽게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남도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대해 맹정호 서산시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덕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충남에서 누군가는 찍소리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한마디 한다”면서 “서산민항 건설비 500억원이 부담이 되는 건가? 충남의 정치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그냥, 충남이니까 그런 건가?”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특별법은 바라지도 않는다. 예타대상 사업으로라도 선정해 달라. 예타도 하기 싫으면 500억원 미만으로 사업비를 줄이겠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쓴소리를 전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부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북에서도 청주도심을 관통하는 충청권광역철도망 구축사업이 늦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해 12월 1조 6000억원 규모의 신탄진~조치원~오송~청주시내~오근장(청주국제공항) 광역철도 노선안 등에 합의하고 국토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건의했습니다. 이 충청권광역철도망 구축안은 국토부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사업은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충북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충북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공언했지만 뚜렷한 타개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충청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충청도를 또다시 ‘핫바지’로 보고 있다. 충청권 4개 시·도 합의안은 거들떠 보지도 않으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맹정호 서산시장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맹정호 서산시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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