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래? 전셋값 올릴래?”…혼란 여전한 임대차시장

전셋값 올릴 시 실입주 안하겠다는 집주인
실입주 증명 못하면 안 나가겠다는 세입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괴로운 임대차법
“실입주 증명 요구할 권리 세입자에게 없어”
  • 등록 2020-12-23 오전 11:01:00

    수정 2020-12-24 오후 8:33:43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에 거주 중인 정모(44)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을 받았다. “나갈 지, 아니면 전세금을 올릴지 선택하라”는 제안이었다. 만약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집주인이 직접 실거주하겠다는 엄포였다.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집주인이 ‘꼼수’를 부린 셈이다. 실제 정씨가 입주했던 2019년 7월 당시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7억 중반대였지만, 현재는 10억원이 넘는다.

임대차법 시행이 4개월 차가 되면서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올려주지 않을 시 실거주를 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은 이미 흔한 방법으로 통한다. 상황이 이렇자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 실거주를 증명하라고 맞서면서 ‘실거주’를 둘러 싼 임차인과 임대인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집주인들의 당당한 요구에 세입자들 “실거주 증명해라”

23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포구의 거주하는 세입자 정모(51)씨는 집주인으로부터 “현 시세의 80% 수준까지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을 시 실입주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년 8월 전세 기간이 만기인 정씨는 인근 아파트 단지로 이사가는 것을 고민했지만, 2년 전보다 최소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 결국 이사를 포기했다. 정씨가 입주했던 당시 6억원 수준이었던 전셋값의 호가는 현재 7억 500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결국 정씨는 집주인 요구대로 시세대비 80% 수준으로 전세 계약을 다시 맺었다.

이 같은 방법은 이미 공인중개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경기도 분당구 구미동의 G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차법이 집주인부터 세입자들까지 모두 괴롭히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못 올려 아쉽고, 세입자들은 마음대로 이사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의 꼼수를 막기 위해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에게 실거주를 증명하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최근 의정부 유보라 아파트의 집주인 김모(33)씨는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했지만, 세입자는 실거주를 증명하기 전 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B씨는 세입자에게 현재 거주 중인 월셋집의 계약서를 내용 증명서로 보내야만 했다. B씨는 “내가 직접 들어가 사려는 것까지 증명해야 하냐”며 “악의적인 집주인 때문에 선의의 집주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 “실거주 증명할 필요 없어”

실제 분쟁조정위원회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조정한 바 있다. 분쟁조정위원회 사례를 보면 임차인 A씨는 2018년 10월25일부터 2년의 기간동안 보증금 2억3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고 있었고, 전세 만료를 약 3개월 앞둔 지난 7월27일께 보증금을 약 40.4%(9500만원) 올리면서 전세계약을 2022년 10월24일까지 2년간 연장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임차인이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를 재요구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실거주하겠다”면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했다.

주택임대차조정위원회는 이에 대해 “임대료 증액 상한 규정에 반하는 것이므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실거주 주장은 허위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니, 피신청인이 실거주 목적임을 증명하지 않는 한 피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다만 법조계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과 달리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실거주 증명을 요청할 권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변호사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다시 다른 세입자를 입주시킬 시 손해배상 청구 등의 장치가 마련돼있다”며 “이 같은 장치 외에 집주인에게 실거주를 증명하라고 할 권리는 사실상 없으며, 집주인도 이를 응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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