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복귀·秋타격 속 ‘법검갈등’ 지속 예상..文대통령 출구전략은?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에 치닫는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해법도 점차 꼬여가는 모양새다. 추 장관은 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른바 ‘법검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동반 사퇴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전해졌으나 법무부는 사퇴 논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뒤를 이어서 이날 오후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수사 의뢰 과정에 절차상 결함이 있어 부당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내렸다. 몇 시간 뒤 법원은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추 장관의 명령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추 장관이 연전연패한 셈이다.

이번 법무부 감찰위와 법원의 결정으로 윤 총장이 다시 업무에 복귀하면서 추 장관과의 갈등은 더욱 이어질 전망이다. ‘법검갈등’ 속에 세간의 신임을 조금씩 잃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뾰족한 해법 마련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동반 사퇴든 순차 사퇴든 사퇴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 유력하다.

시선은 4일 개최로 일정이 연기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로 옮아간다. 다만 이마저도 제대로 개최될지는 미지수다. 윤 총장이 방어권 보장을 위한 징계기록 열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징계위 심의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데다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돌연 사표를 내면서 당초 2일에서 4일로 개최가 한 차례 연기됐다.

당초 정세균 총리가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 및 추 장관의 동반 사퇴 방안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 대통령의 인사 결단에 따른 출구전략이 설득력을 얻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의 결단을 문 대통령이 재가하고 뒤이어 개각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 간 문제를 새 인사들에게 맡긴다는 시나리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국무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방안은 특히 정 총리가 총대를 메고 대통령에 건의를 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 부담을 일정 부분 덜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여당 내에서도 추 장관을 보전하고 윤 총장만 내치는 ‘강경론’과 함께 ‘선(先)윤석열·후(後)추미애’ 퇴진론이나 동반 퇴진론이 솔솔 피어나는 등 근거 없는 전망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법무부 감찰위의 결정과 법원의 판단은 이 같은 전략에 급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하면서 법무부 징계위가 중징계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여권이 마련해온 출구전략의 입구부터가 막히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온 추 장관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동반사퇴론도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의 결정이 4일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의 징계수위나 혐의 인정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줄다리기가 계속 될 것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기에 청와대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 지난달 2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1월 4주차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에서 ‘검찰·법무부 갈등에 침묵·방관’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조국사태’와 지난 8월 ‘부동산 대란’ 당시(39%)와 유사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으로서는 법검갈등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그 유력한 수단이었던 인사를 통한 조치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다. 여권이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윤 총장을 향해 자진사퇴를 부르짖고 있지만 국회 법사위에서 ‘임기 보전’이라는 문 대통령의 의중까지 주장했던 윤 총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청와대는 일단 관망세다.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청와대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간 사법의 영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던 청와대의 전력을 고려하면 징계위가 개최될 4일까지 청와대는 입을 닫고 있을 공산이 크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