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명예회장 경영 에피소드

  • 등록 2001-03-21 오후 11:59:10

    수정 2001-03-21 오후 11:59:10

[edaily]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불도저에 비유되는 저돌적인 경영기법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곤 했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궈낸 저돌적 경영기법의 이면을 살펴본다. ◇빈대의 교훈 네 번째 가출로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 시절. 그 곳의 노동자 합숙소는 빈대 지옥이었다. 정주영은 어느 날 꾀를 써서 밥상 위에 올라가 잤는데, 잠시 뜸한가 했더니 이내 빈대가 밥상 다리로 기어 올라와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주영은 다시 머리를 써서 밥상 다리 네 개를 물 담은 양재기 넷에 하나씩 담궈 놓고 잤다. 빈대가 밥상다리를 타려다 양재기 물에 떨어져 익사하게 하자는 묘안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빈대들이었다. 빈대들은 사람을 물기 위해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간 다음, 사람을 목표로 뚝 떨어져 목적을 달성했다. 그때 정주영은 하찮은 빈대도 물이 담긴 양재기라는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 그토록 전심전력으로 연구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제 뜻을 이루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뜻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500원 짜리 지폐와 초라한 백사장 사진의 신화 현대조선소 설립 당시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정주영은 71년 9월 영국 버클레이 은행으로부터 차관을 얻기 위해 런던으로 날아가 A&P 애플도어의 롱바톰 회장을 만났다. 조선소 설립 경험도 없고, 선주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은행의 대답은 간단히 "NO"였다. 정주영은 그때 바지주머니에서 5백원 짜리 지폐를 꺼내 펴 보였다. “이 돈을 보시오. 이것이 거북선이오.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전인 1천 5백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소. 단지 쇄국정책으로 산업화가 늦었을 뿐, 그 잠재력은 그대로 갖고 있소.”라는 재치 있는 임기응변으로 롱바톰 회장을 감동시켜 해외 차관에 대한 합의는 얻었지만 더 큰 문제는 선주를 찾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때 정주영의 손에는 황량한 바닷가에 소나무 몇 그루와 초가집 몇 채가 선 초라한 백사장을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정주영은 봉이 정선달이 되어 황량한 바닷가에 소나무 몇 그루와 초가집 몇 채가 선 미포만의 초라한 백사장 사진 한 장을 쥐고 미친 듯이 배를 팔러 다녔다. 결국 정주영은 그리스 거물 해운업자 리바노스를 만나 26만 톤짜리 배 두 척을 주문 받았고, 조선소 건립과 동시에 2척의 배를 진수시킨 세계 조선사에 유일한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 이렇게 정주영의 개척정신과 적극적인 추진력으로 이루어낸 현대조선소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공업회사로 성장했다.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대양수송작전 사우디의 주베일산업항 건설 당시 정주영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모든 기자재를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하여 세계 최대 태풍권인 필리핀 해양을 지나 동남아 해상, 몬수운의 인도양을 거쳐서 걸프만까지 대형 바지선을 끌고 가는 대양수송작전이라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모험과 도전을 제시했다. 수송 도중 대형 파이프 자켓이 태풍으로 해난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자켓이 해면에 떠 있도록 하는 공법을 강구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 당시 선진국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자켓 설치 공사 착수와 함께 자켓을 연결하는 빔 제작도 설계대로 울산에서 제작한 사실이다. 수심 30미터나 되는 곳에서 파도에 흔들거리면서 중량 5백 톤짜리 자켓을 한계오차 5센티미터 이내로 꼭 20미터 간격으로 심해에 설치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선진국들도 일단 자켓 설치가 끝난 후 그 간격을 재서 빔을 제작하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정주영의 창조적인 발상과 그칠 줄 모르는 도전의식으로 가로 18미터, 세로 20미터, 높이 36미터로 무게가 5백 톤이나 되는 자켓 89개를 울산에서 운반해 와 5센티미터 이내의 오차로 완벽하게 설치해 만든 사우디 주베일산업항은 20세기 최대의 역사라고 세계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올릭픽 유치와 꽃바구니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유치전 당시 한국이 올림픽 유치를 성공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위원장이었던 정주영은 현대의 해외파견 직원들을 동원해 IOC위원들에 대한 세밀한 신상파악으로 성향을 분석하고 경쟁 유치국의 활동상황까지 치밀하게 분석했다. 승리의 여신이 정주영에게 미소를 지운 사건은 바로 정회장의 꽃바구니 전략! 정주영은 한국의 IOC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꽃바구니 하나씩을 각국의 IOC 위원 방으로 넣어 주었다. 그 꽃바구니는 단순히 주문된 것이 아니라 현대의 해외파견 직원 부인들이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만든 것이었다. 그 꽃바구니의 반응은 의외로 대단했다. 그 다음날 각국 IOC위원들이 회의를 끝내고 로비에 모였다가 정주영 일행을 보면 모두 반가워하며 아름다운 꽃을 보내 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진심으로 해주었다. 그때 일본측은 IOC위원 부부들에게 최고급 일제 손목시계를 선물했는데 시계 선물에 대한 인사는 없고 꽃바구니에 대한 감사인사만이 만발했다. 역시 값비싼 선물보다는 마음과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이 인간적인 따스함을 전달할 수 있고 부담감도 안 준다는 사실을 정주영은 알았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각국 IOC 위원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으로 변했고 그동안 정주영과 현대 임직원들이 펼친 유치활동은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결국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쎄울 코리아!”를 외쳐 일본과의 올림픽 유치전은 한국의 승리로 마감됐다. ◇서산간척지의 신화 - 유조선 공법(일명 정주영 공법) 80년 초 정주영은 바다를 메워 옥토를 만드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착수했다. 서산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커 20만톤 이상의 돌을 구입해 매립해야만 물막이가 가능한 곳이었다. 이때 정주영은 공사비 절감과 공기단축 방안을 강구하다 대형 유조선으로 조수를 막으면 바위덩어리 외에도 흙이나 버력 등 현장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도 물막이를 할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정주영은 『간척지 최종 물막이 공사는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사이며, 설사 인력으로 해결이 된다고 해도 그 엄청난 비용이 문제다』라고 말하며,『밀물과 썰물의 빠른 물살을 막기 위해서는 폐유조선을 침하시켜 물줄기를 차단 내지 감속시킨 다음 일시에 토사를 대량 투하하면 제방과 제방사이를 막을 수 있다』고 현대의 간부진들에게 제안했다. 유조선 공법에 대한 실행 가능성을 현대의 기술진들이 면밀히 분석한 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자 정주영은 1984년 2월 24일 직접 유조선에 올라 최종 물막이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이 ‘유조선 공법’을 일명 ‘정주영 공법’이라고도 부른다. 이 공법 덕분에 현대건설은 계획공기 45개월을 35개월이나 단축, 9개월 만에 완공시킴으로써 총 공사비를 2백 8십억 원이나 절감해 세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주영이 창안한 「유조선 공법」은 그 후 미국의 「뉴스위크」와 「뉴욕타임즈」에 소개되었고, 런던 템임즈강 하류 방조제 공사를 수행한 세계적 철구조물 회사인 랜달팔머 & 트리튼 사(社)가 유조선 공법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등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소떼몰이 방북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정주영에게 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전통적인 농가에서 소는 생계의 밑천이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정주영은 어린 시절 가난이 싫어 소 판 돈을 갖고 무작정 상경했다. 그후 노동판의 막일꾼에서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공하기까지 정주영은 묵묵히 일 잘하고 참을성 있는 소를 성실과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삼고 인생을 걸어왔다고 한다. 지난 1998년 6월 정주영은 민간기업인 최초로 소떼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방북하면서 『이제 그 한 마리가 천 마리의 소가 되어 그 빚을 갚으러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을 찾아간다』며, 『이번 방북이 단지 한 개인의 고향방문을 넘어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립과 갈등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의 빗장을 열게 한 소떼몰이 방북은 정회장만이 생각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발상이었던 것이다. 소떼몰이 방북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소르망은 “20세기 마지막 전위예술”이라고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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