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일 벗은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철저한 보안 속에 BH·BK·PB 등 신차들 차양막 쓰고 테스트
풍동연구소·충돌테스트 등 수준 세계적.."품질, 수입차와 견줄만해"
열정과 혁신의 모토 아래 전 연구원들 기술 개발열기 뜨거워

  • 등록 2007-10-11 오후 4:53:39

    수정 2007-10-11 오후 7:25:45

[화성=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이곳에서의 촬영은 일체 금지돼 있습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정문에 들어서자 마자 보안요원이 막아섰다. 엄숙한 표정의 그는 "이곳은 국가 신기술 단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일체 촬영을 금지한다"며 개개인의 휴대폰 카메라에 모두 보안 스티커를 붙이는 등 보안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현대·기아차의 모든 차량과 엔진을 개발하는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남양연구소는 지금껏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매우 제한적으로 문을 열어왔다.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차량과 엔진을 개발하는 곳인 만큼 외부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왔던 것.

▲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내에 위치한 디자인 연구소 전경.
보안검색을 마치고 연구소에 들어서자 시원스레 뚫린 도로와 곳곳에 조성된 아늑한 녹지들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이 정말 자동차 연구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마치 커다란 공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다만 주차장 곳곳에 현재 개발중인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이 차양막을 두른 채 주차돼있는 모습에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또 벤츠, 렉서스, BMW 등 해외 경쟁사의 차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해외 유명브랜드 차종과의 비교 시험을 위해 타브랜드의 차들도 지속적으로 들여와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는 지난 86년 12월 경기도 화성시 남양만 간척지를 매립해 설립됐다. 전체면적은 약 347만㎡(약105만평)로 이곳에는 주행시험장 및 부대시설 등이 완비돼있다.

연구소에는 현재 8000여명의 디자이너, 엔지니어를 포함한 고급인력과 최신 연구개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친환경자동차, 지능형자동차와 같은 미래 신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신차의 디자인, 설계, 시험 및 평가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현대·기아차의 엔진과 변속기를 개발하는 파워트레인 연구소.

이곳에는 현대차(005380)의 첫 작품인 포니에 실렸던 새턴엔진부터 최근 개발한 승용 디젤 S엔진까지 그동안 현대차가 개발해왔던 엔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한기복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부장은 "파워트레인 연구소의 독자기술이 현대차 도약의 밑거름"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열정과 혁신으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그랜저 풍동시험모습.

그 다음에 방문한 곳은 풍동연구소였다. 풍동연구소는 차량에 출시되기 전, 자동차의 공기저항 등을 사전에 테스트하는 곳. 연구소측에서는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곳으로 테스트 기술 수준이 세계적이라고 밝혔다.

풍동연구소는 지난 99년 총비용 450억원을 들여 네덜란드의 풍동시험장을 벤치마킹해 만든 곳이다. 아파트 3층 크기인 8.4m의 송풍기를 통해 시속 200㎞/h의 바람을 내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차량의 공기저항계수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실제로 시속 50㎞/h의 바람이 부는 테스트실에서 차량의 공기저항계수를 측정하는 실험을 지켜봤다. 호주 수출형 그랜저TG 모델의 하부에 정밀 저울을 장착,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른 차량의 미세한 변화까지 체크하고 있었다.

이정호 선임연구원은 "풍동설비 설치 이후 렉서스, 벤츠, BMW와 유시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면서 "현재 해외차들의 평균을 100이라고 봤을 때 현재 98정도의 수준이며 새로 발표될 신차 '제네시스'는 벤츠 E320보다 공기역학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연구소 테스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충돌테스트장에 들어섰다. 지난 2005년 12월에 완공된 안전시험동은 총 2390평, 충돌장은 878평의 규모다. 최고 100㎞/h의 속도까지 충돌시험이 가능하며 시험중량은 5톤까지다.

이곳에서는 여타 완성차 업체와 달리 고정식 주행로 3개를 갖췄고 각도별로 차대차 주행로도 완비, 어떤 상황에서든 충돌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 그랜저 충돌테스트 모습
이날 실험차량은 세라토 북미사양 4도어 세단으로 정면 고정벽 충돌시험이었다. 실험속도는 시속 56㎞/h. 실험이 시작되자 주행로에 불이 켜지고 100톤의 이동식 블럭에 은색 쎄라토가 빠른속도로 충돌했다,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운전석과 조수석의 에어백이 터지면서 실험동 내부에는 화약냄새가 진동했다. 본네트는 거의 반파됐지만 더미들은 에어백 덕택에 차량안에서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백윤호 차량성능개발팀 부장은 "신차가 출시될때까지 총 150~200대 이상의 실험차량으로 충돌테스트를 한다"면서 "실험비용은 최소 1000만원이며 각종 실험용 차량을 제작하는데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백 부장은 또 "현재 실험용 더미는 총 94개를 보유하고 있다"며 "도로상의 실제 사고 상황을 재연해 세계 최고수준의 차량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나올 신차 '제네시스'도 충돌실험을 했느냐는 질문에 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70~80대 가량 충돌테스트를 했다"면서 "경쟁차종인 BMW 등도 함께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제네시스의 성능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소가 자랑하는 고속주행시험로를 들렸다. 고속시험 주행로에는 차양막을 씌운 '제네시스', 투스카니 후속 'BK', 클릭 후속 'PB' 등이 주행실험을 하고있었다.

전문 운전테스터와 동승해 벨로드롬과 같은 고속주행장을 그랜저TG를 타고 시속 200㎞/h로 달려봤다. 평상시에는 도저히 해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 벨로드롬을 200㎞로 내달렸지만 약간의 엔진음만 들렸을 뿐 쏠림현상은 거의 없었다.

한편, 이날 남양연구소에서는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공모전인 '미래차 기술공모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현순 사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곧바로 양산차에 반영될 수 는 없지만 이같은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 '제네시스'에 대해 이 사장은 "제네시스의 가격이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3만달러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닛산 등 일본 대중브랜드 국내 진출에 대해 그는 "경쟁이야 늘 하는 것이고 이겨야 하지 않겠냐"면서 "품질에서는 이미 경쟁하고 남을 정도"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곳곳에서 열정과 혁신이라는 연구소 모토가 묻어났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비록 외관은 아늑한 공원같은 분위기였지만 그 속의 현대차와 기아차를 월드 베스트셀링카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매우 뜨거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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