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지역 이기주의 탓에 흔들리는 초대형 국책사업

일부 지역 이기적 행태로 GTX사업 차질…경제적·사회적 손실 늘어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 근거없는 우회안 요구 등으로 사업 지연 위기
GTX와 관계 없는 한남동 인근 지역 시민들 불편 초래
“차질 없는 국책사업 위한 성숙한 시민 의식 필요"
  • 등록 2022-11-29 오후 1:37:17

    수정 2022-11-29 오후 1:37:17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서울과 경기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지역 이기주의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는 “절대 내 집 아래는 통과 못한다”(NIMBY·Not In My Backyard)며 건설을 방해하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반드시 내 집 앞에 정차해야 한다”(PIMFY·Please In My Frontyard)며 결사 투쟁을 외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하루 이용객 100만명을 예상하는 GTX 사업이 지역 이기주의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8년 1분기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이 서울 대치동 은마 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근거 없는 우회안 요구로 지연 위기에 봉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기 수원과 양주를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 아파트 하부를 지나는 형태로 계획됐다. 정부가 이같은 노선 계획을 공식화하며 사업을 발주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6월 정부안을 준용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초대형 국책 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관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도를 넘은 지역 이기주의 탓에 국책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독자제공)


그러나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추진위) 일부 주민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공식 견해와 건설 전문가 및 시공사의 설득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해당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일반 주택가에서 장기간 시위를 지속하며 사업과 무관한 일반 시민들을 볼모로 삼고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과 피켓은 물론, 시위 소리로 소음을 유발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도 지장을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의 막무가내식 요구로 노선안 확정이 미뤄지면서 설계 등 착공을 위한 제반 절차도 여의치 않아 내년 착공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또 이들의 요구 대로 사업이 수정될 경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상당 부분을 이용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서 “은마아파트 구간의 공법은 기존 GTX-A,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이라고 강조한 뒤, “일방적인 선동이 계속된다면 행정 조사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2018년 건설에 착수한 GTX-A도 지역 이기주의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 등으로 인해 거주지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서울 청담동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강남구의 굴착 허가 거부로 이어지면서 공사가 1년여 동안 사실상 중단됐었다. 파주 운정과 동탄을 연결하는 GTX-A 전체 6개 공구 중 청담동이 속한 지역만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선을 변경할 경우 지질 조사와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2023년 완공 목표를 지키기 어려우며 2000억원 이상의 추가 공사비가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공사인 SG레일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 심판을 청구했다. 부당한 굴착 허가 거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이를 해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2020년 5월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가 시공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겨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같은 일부 지역의 이기적 요구와 유적 발견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2023년이던 완공 시점은 2024년 6월로 늦춰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에 참석해 주민 대표들에게 GTX-C 공법의 안전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제공)


전문가들은 “공익을 외면한 무분별한 요구들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다수 시민들이 볼모가 되고 있다”고 꼬집은 뒤, “국책 사업이 사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을 우선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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