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한항공 "LA 윌셔그랜드 헐값 매각 안한다"..버티기 돌입(종합)

이사회 열고 한진인터내셔널에 9.5억달러 대여 결정
이달 말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운영자금 충당 활용
대부분 1년내 회수.."유동성에 영향 미치지 않는다"
비주력 계열사에 자금 투여 부적절 의견도
  • 등록 2020-09-17 오전 11:10:47

    수정 2020-09-17 오후 9:40:13

미국 LA에 있는 윌셔 그랜드 센터 전경 (사진=대한항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미국 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하는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1215억원)를 빌려주기로 했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항공업과 관계없는 호텔·오피스 운영을 하는 곳이라 당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후보 중 한곳으로 꼽혔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 지금 헐값에 매각하기 보다 좀 더 버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소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한진인터내셔널에 대한 자금 대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회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LA시의 랜드마크인 윌셔 그랜드 센터를 재건축해 운영 중이다.

9억달러는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 상환에 활용되며, 5000만달러는 호텔산업 경색에 따른 운영자금 충당에 활용된다.

한진인터내셔널은 지난 2009년부터 8년간 총 10억달러(약 1조1385억원)를 투입해 윌셔 그랜드 센터를 최첨단 호텔·오피스 건물로 재건축했고 이 과정에서 생긴 대규모 차입금이 발생했다.

이중 9억달러가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호텔·오피스 수요 감소 등 시장상황 악화로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우선적으로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한진인터내셔널에 제공하는 대여금은 1년 이내에 대부분 회수돼 대한항공의 유동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대여금 9억5000만달러 중 6억5000만달러를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3억달러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이중 3억달러는 내달 중 상황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현지 투자자와 한진인터내셔널 지분의 일부 매각과 연계해 브릿지론(단기차입 등에 의해 필요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을 협의 중으로, 조만간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내달 중 3억 달러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3억 달러는 내년 미국 내 호텔·부동산 시장의 살아나고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3억 5000만달러는 단기 상환 가능성이 높지 않아 대한항공이 떠안고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유동성이 좋지 않은 대한항공이 비주력 계열사에 1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해도 모자를 판에 비주력 계열사에 자금을 투여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위기극복 의지와 관련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윌셔 그랜드 센터에 대한 매각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 시점에서 매각을 하면 제값을 받기 어려워 매각 자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이달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을 갚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윌셔 그랜드 센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75층 높이의 US BANK 건물이 4억 3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매각된 바 있다. 이 건물이 지난해 가치평가에서 6억 5000만 달러의 가격으로 평가된 것과 비교하면 34% 싼 가격에 매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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