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제조업 투자·고용 정체 전망…반도체 체감경기도 꺾였다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체감경기는 4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2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9월 전망치는 83.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달(81.6) 대비 1.9포인트(p) 상승한 수치지만, 전월(+7.9p) 대비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것이다.

BSI가 기준치 100 보다 높을 경우 긍정 응답 기업 수가 부정 응답기업 수 보다 많음을 의미하며, 100 보다 낮을 경우 그 반대를 뜻한다.

9월 전망치를 부문별로 보면, 내수(88.0), 수출(88.5), 투자(84.6), 자금(90.8), 재고(101.7, 재고는 100 이상일 때 재고과잉을 의미), 고용(86.6), 채산성(92.7)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 미만을 기록했다.

통상 추석 연휴로 인한 내수 활성화 기대와 휴가철인 8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전망이 낙관적인 경향을 보이는 계절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기업들은 건설업과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업 물량 감소와 수요 위축 우려로 인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제조업 체감경기는 전월 대비 8.7p 개선됐으나 반도체가 속한 전자 및 통신장비 업종의 경우 제조업 하위 업종 중 유일하게 전월 대비 전망치가 하락(-8.4p)하며 4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실제로 반도체 업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인 DXI 지수는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데 더해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제조업의 내수와 수출 전망은 다소 상승한데 반해 투자와 고용 전망은 정체됐다고 밝혔다. 제조업 내수(90.5)와 수출(89.6) 전망치는 전월 대비 각각 11.0p, 10.6p 상승했으나, 투자(81.1)는 1.0p 하락하고 고용(86.6)은 0.4p 상승에 그쳐 둘 다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다.

내수와 수출 전망이 적지 않은 폭으로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고용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미루기 때문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8월 실적치는 전월(84.2) 대비 소폭 하락한 79.8을 기록하며 64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했다. 부문별로는 내수(82.1), 수출(86.6), 투자(86.3), 자금(89.1), 재고(103.9), 고용(88.2), 채산성(87.1)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 미만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전례 없던 장마까지 겹쳐 8월 기준으로는 1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 부문에서 전망치가 다소 개선됐지만, 계절적 요인에 의한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고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갈등 심화 등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와 고용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는 과감한 정책 지원을 통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경기 BSI 추이 (자료=한국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