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찰이 찍은 '안중근 가족사진'…복원 끝내고 리움미술관서 공개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보존처리기술로 마무리
안 의사 순국 직전 품었던 사진첩 1점 유목 2점 등
안중근의사기념관과 문화유산 보존·복원 협력키로
28일부터 보존처리한 유물3점 외 화첩 등 일반공개
  • 등록 2023-02-16 오후 3:20:48

    수정 2023-02-16 오후 7:40:44

안중근 의사가 처형당하는 순간까지 가슴에 품었다는 ‘가족사진첩’. 안 의사의 부인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 분도·준생이 들었다. 삼성문화재단이 복원작업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마무리지었다. 왼쪽 위와 아래는 보존처리 이전이고 오른쪽은 보존처리를 마친 다음이다. ‘연결부가 끊어져 분리되고, 모서리가 많이 닳고 해져 있던 상태’를 수리하고 그간 알려진 좌우가 아닌 위아래를 연결한 경첩 모양을 원래대로 복원했다(사진=삼성문화재단).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만지면 바스러질 듯했던 사진첩이 이제야 ‘모양’을 갖췄다. 해질 대로 해져 속살을 다 드러냈던 사각 귀퉁이를 매만졌고, 떨어졌던 겉장과 속장이 다시 만났다. 그렇다고 빛바랜 얼굴들까지 어찌할 순 없었지만, 이렇게나마 이들 가족은 덜 훼손된 상태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을 터.

113년이 걸렸다.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처형당하는 순간까지 가슴에 품었다는 사진이 세상에 다시 나온다. 삼성문화재단이 앞장서 1년 남짓 매달린 끝에 복원을 마무리한 거다. 사진첩 1점 외에도 안 의사의 유묵 2점(‘지사인인살신성인’ ‘천당지복영원지락’)도 함께 보존처리를 마쳤다.

삼성문화재단이 안중근의사숭모회, 안중근의사기념관과 함께 안 의사 유물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건 2021년 8월. 그중 보존처리가 시급한, 안 의사 가족사진첩 1점과 유묵 2점 등 유물 3점을 선정해 지난해 1월 인수받은 뒤 3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더랬다.

‘가족사진첩’과 함께 보존처리를 끝낸 안중근 의사의 유묵 2점 중 ‘지사인인살신성인’(志士仁人殺身成仁). 왼쪽이 보존처리 이전이고 오른쪽은 보존처리를 마친 다음이다. 노후한 ‘장황’을 보존에 적합한 천연소재로 바꾸고, 종이는 리움미술관에서 직접 만든 ‘고풀’로 배접했다. 여기에 안전하면서 오랜 세월 보관할 수 있게 굵게말이축과 오동나무상자도 새롭게 제작했다(사진=삼성문화재단).


이들 유물 복원에는 리움미술관의 보존처리기술이 동원됐다. 사진 상태는 양호했으나 “연결부가 끊어져 분리되고, 모서리가 많이 닳고 해져 있는 상태”였던 사진첩은 손상을 수리해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복원했다. 삼성문화재단은 “표지 문양 비단에서 나온 한올 한올의 실밥을 최대한 활용해 상한 부분을 메우고, 닳아서 사라진 부분은 표지와 유사한 비단으로 보완했다”고 전했다. 결정적으로는 경첩의 방향을 바로잡은 거다. 지금껏 알려진 ‘좌우 연결’이 아니라 ‘위아래 연결’을 확인해 본래의 상태로 되돌렸다.

유묵은 “긴 세월 동안 훼손된 부분을 복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당시 일본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노후한 ‘장황’을 보존에 적합한 천연소재로 바꾸고, 종이는 리움미술관에서 직접 만든 ‘고풀’(10년 이상 항아리에서 발효시켜 동양 고서화 보존처리에 사용하는 접착제)로 배접했다. 또 안전하면서 오랜 세월 보관할 수 있게 굵게말이축과 오동나무상자도 새롭게 제작했다.

‘가족사진첩’과 함께 보존처리를 끝낸 안중근 의사의 유묵 2점 중 ‘천당지복영원지락’(天堂之福永遠之樂). 왼쪽이 보존처리 이전이고 오른쪽은 보존처리를 마친 다음이다. 노후한 ‘장황’을 보존에 적합한 천연소재로 바꾸고, 종이는 리움미술관에서 직접 만든 ‘고풀’로 배접했다. 여기에 안전하면서 오랜 세월 보관할 수 있게 굵게말이축과 오동나무상자도 새롭게 제작했다(사진=삼성문화재단).


처형 전 안중근 품에 있던 사진첩…리움미술관 기술로 복원

안 의사의 사진첩에는 하얀 한복을 입은 부인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 분도·준생이 들어 있다. 큰아들 분도는 어머니 곁에 섰고, 작은아들 준생은 어머니 무릎에 앉았다. 사실 이 사진이 세상에 남을 수 있었던 배경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당시 안 의사의 가족을 수상히 여긴 일본경찰이 총영사관으로 연행해 찍은 사진이라니 말이다. 뤼순감옥에서 안 의사의 통역을 맡은 소노키 스에요시가 사형을 앞둔 안 의사를 안타깝게 여겨, 손수 구한 비단 사진첩에 담아 전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끝내 마지막도 없던 이들의 만남을 대신했다. 사실 안 의사와 가족은 하얼빈에서 한번쯤 만날 수도 있었다. 안 의사가 의거 직전 동지인 정대호에게 부탁해 부인과 두 아들을 하얼빈으로 불렀지만, 의거일(1909년 10월 26일) 다음날에 도착해 끝내 상봉하지 못했다는 거다. 안 의사가 세상을 뜬 뒤 덩그러니 홀로 남은 사진첩은 소노키가 보관했다가, 일본의 한 소장가에 의해 2020년 한국에 반환됐다.

‘안중근 의사 가족사진첩’ 보존처리 중 내지의 훼손 부위를 복원하고 있다. 상한 부분을 메우고 색맞춤을 하는 작업이다. 이번 안 의사 유물 복원작업에는 리움미술관의 보존처리기술이 동원됐다(사진=삼성문화재단).


유묵 2점에 얽힌 ‘역사’도 단순치 않다. 보물로 지정된 ‘지사인인살신성인’(志士仁人殺身成仁)은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뜻. 역시 안 의사가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쓴 것으로 자신의 공판을 스케치한 ‘도요신분’ 통신원 고마츠 모토고에게 써줬다고 한다. 이는 고마츠의 종손 고마츠 료에 의해 2016년 11월 한국에 반환됐다.

‘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란 뜻을 가진 ‘천당지복영원지락’(天堂之福永遠之樂)은 안 의사가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쓴 거다. 2020년 사진첩이 고국에 돌아올 때 함께 왔다. 최초의 소장자는 확실치 않다.

‘안중근 의사 유묵 2점’ 보존처리 중 족자의 장황을 복원하고 있다. 노후환 장황을 보존에 적합한 천연소재의 장황천으로 배접하고 건조시킨 후 떼어내는 일이다. 이번 안 의사 유물 복원작업에는 리움미술관의 보존처리기술이 동원됐다(사진=삼성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 보존처리 지원 첫 독립문화유산…복원과정 일반에 공개

이번에 마무리한 ‘안중근 의사 유물’은 삼성문화재단이 지원한 첫 독립문화유산 보존처리로 의미가 있다. 보존처리 작업을 끝내며 15일 삼성문화재단은 안중근의사기념관과 ‘안중근 의사 문화유산의 보존, 복원 및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안 의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은 물론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과 평화사상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모으자는 거다.

삼성문화재단(오른쪽·류문형 대표이사)과 안중근의사기념관(유영렬 관장)이 15일 안중근 의사 문화유산의 보존, 복원 및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안 의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은 물론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과 평화사상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사진=삼성문화재단).


그 첫 단추로 안 의사의 유물과 함께 이번 보존처리 성과를 일반에게 공개하는 일정을 마련한다. 삼일절을 하루 앞둔 오는 28일부터 4월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다목적실에서 ‘초월: 과거와 현재, 국경을 만나다’란 타이틀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그거다. 가족사진첩 1점과 유묵 2점 외에도 화첩 ‘안봉선풍경 부 만주화보’와 안 의사와 동지·가족을 담은 사진 10점을 공개한다. ‘안봉선풍경 부 만주화보’는 안 의사가 재판을 받는 중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뮤지컬에 이어 최근 영화로도 조명한 안 의사의 생애와 맞물려 세대를 넘는 공감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유물 보존처리와 공개 프로그램 드의 기회로 젊은 세대가 안중근 의사를 보다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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