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최악의 공무원 퇴치법

기재부 직원들 꼽은 ‘최악 상사’ 뜯어보니
폭언·나몰라라 행보에 워라밸 없는 꼰대
끝판왕은 ‘최악 공무원’ 자각 못하는 상사
차기정부 리더로 ‘닮고 싶은 상사’ 흥해야
  • 등록 2021-12-15 오후 1:40:40

    수정 2021-12-15 오후 9:15:36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워스트(worst·최악의) 상사`가 뽑혔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기재부 간부들 중에 뽑은 결과다. 이는 2004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닮고 싶은 상사` 투표와 함께 진행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도 조만간 명단과 선정 사유가 보고된다고 한다. 비공개 설문조사 결과여서 명단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으로 임용됐던 이들이 왜 못된 상사, 최악의 공무원으로 전락했을까.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재해 보니 ‘기본이 안 된 인격모독형 상사’라는 답변부터 나왔다. 일하면서 폭언, 반말하는 상사가 있다는 것이다. 몸은 오징어게임이 흥행하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에 있는데, 머리는 쌍팔년도 극장에 있는 공무원이다. 행시를 통과한 여성 합격자가 절반을 넘는 여풍(女風) 시대인데 성희롱 발언을 하는 남성 상사도 여전했다. 여기에 ‘인격무시 발언’, ‘갑질’까지 추가한 상사도 있었다.

‘책임을 떠넘기는 나몰라라 상사’도 최악의 공무원 중 한 명이었다. 상사가 가진 권한을 휘두르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면 꽁무니를 빼는 공무원이다. 관리·조정자 역할은커녕 까다로운 일이 생기면 직원들에게 ‘폭탄 떠넘기기’를 하는데 선수인 분이다. 여기에 ‘결정 장애’까지 있다. 과장 이상 관리직이면 신속하게 책임지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뭉개면서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상사다.

‘내 사전에 워라밸은 없다’는 공무원도 최악의 상사였다. 오후 6시가 넘어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 직원에게 일거리를 던지는 상사, 저녁에 지시를 하면서 ‘내일 아침까지 책상에 보고서 올려놔’라고 말하는 개념 없는 상사가 꼽혔다. 일만 하라며 사무실에서 어떤 잡담도 금지한다고 선포한 상사도 있었다. 업무시간에는 메신저 채팅도 하지 말라는 ‘꼰대’도 있었다.

최악의 상사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자신이 ‘최악의 상사’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상사다. 워스트 상사로 꼽혔는데도 ‘뽑아서 어쩔 건데’라며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공무원이다. ‘워스트 상사’를 훈장으로 착각하는 상사다. 일을 열심히 했고 훌륭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인기투표에 불과한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직원들 고혈을 짜낸 결과인데도 말이다.

문제는 이런 상사들이 장·차관까지 올랐을 때다. 실제로 악명 높은 상사들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정권 출범 초반기에 ‘부처 장악력이 높다’,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고 포장되며 기용됐다. 하지만 최악의 상사는 최악의 결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영혼 없는 고위공무원이 돼 세금만 축내기 일쑤다. 급기야 술에 취해 욕설을 하면서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차관까지 등장했다.

세종 관가뿐 아니다. 정치권, 민간 기업에도 ‘최악의 상사’가 있다. 기재부 노조 등 공직사회처럼 견제하고 개선하려는 내부 움직임도 없다면, 더 심각한 상황이다. 만약 차기정부 리더인 대통령이 ‘최악의 상사’ 면모를 갖고 있다면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불행을 막으려면 국민 무서워하는 ‘닮고 싶은 상사’를 뽑아야 한다. 최악의 공무원·상사를 퇴치하려면 닮고 싶은 공무원·상사가 흥하는 세상이 돼야 한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획재정부 지부는 지난 14일 ‘2021년 기재부 닮고 싶은 상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설문조사는 지난 6~10일 기재부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투표 결과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4명, 팀장·과장급 10명 등 총 14명이 선정됐다. 국장급 이상 닮고 싶은 상사에는 김윤상·한훈 차관보, 김병환 경제정책국장, 박일영 대외경제국장이 선정됐다. 과장·팀장급 닮고 싶은 상사에는 강준모 지역예산과장, 김귀범 거시정책과장, 신준호 개발전략과장, 양순필 금융세제과장, 이성원 농림해양예산과장, 이재면 재산세제과장, 이준범 다자금융과장, 정형 산업관세과장, 조용래 환경에너지세제과장, 한재용 행정예산과장이 꼽혔다. 한훈 차관보, 박일영 국장, 신준호·양순필·이재면 과장은 닮고 싶은 상사에 3회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자료=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획재정부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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