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선포한 시진핑…대미 압박·내부 단합 '일석이조' 포석

"새로운 대장정 시작하자"…무역전쟁 장기화 대비
2012년 반부패 운동 이후 새 정치운동 모색 시급
경제침체 美 탓으로 돌리고 내부 단결 도모 가능성
"대외 강경노선 내세워 내부 모순 은폐" 해석도
  • 등록 2019-05-22 오전 11:39:45

    수정 2019-05-22 오전 11:45:4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대장정 출발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신화통신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대장정’을 언급하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시 주석의 ‘대장정’ 발언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경제 침체라는 난관 속에서 집권 2기 중반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전열 다지는 中

22일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시 주석이 장시성을 시찰하며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자”며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출사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대장정은 1934년 10월 중국 공산당이 당시 권력을 장악한 국민당의 탄압을 피해 중국 동남부지역인 장시성을 떠나 370일에 걸쳐 서북부 지역인 산시성으로 이동한 역사적 사건이다.

당시 공산당은 9600km에 이르는 길을 말이나 소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했다. 출발 당시 10만명에 이르렀던 인원은 사망, 이탈 등으로 마지막에 6000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 대장정 과정에서 농촌 곳곳의 토지를 무상몰수해 무상배분하며 농민들에게 신임을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당과의 대결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공산당은 생존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를 맨몸으로 돌파한 대장정을 최고의 승리이자 정신적 기원이라고 자부한다.

시 주석이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부딪힌 후 처음으로 현장시찰을 나선 곳이 대장정의 출발지이자 1931년 중화 소비에트 정부를 건립한 장시성 간저우시 위두현이다.

시 주석은 공산당 대장정 출발 기념비에 헌화를 하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은 무수한 혁명 선열의 피로 이뤄진 것”이라며 “현재 국가가 발전하고 인민 생활이 좋아졌지만 혁명 선열과 당의 초심, 그리고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 역시 “중국은 70년간 자신 있게 서 있었으며 머리를 숙인 적도 없고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도 없다”며 “미국의 약자 괴롭히기나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부진은 공산당 아닌 미국 탓”

그런데 시 주석이 ‘대장정’을 언급한 데는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고 내부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인 2012년 12월 ‘반부패 8항 규정’을 제시했다. 공산당 내 부패한 공무원들을 타파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호랑이(부패한 고위 공직자)든 파리(지방 비리 공무원)든 모두 잡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시 주석의 행보는 중국 민중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아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처벌받은 공직자는 34만9552명에 달한다. 이 중엔 저우융캉, 보시라이, 링지화, 궈보슝, 쑨정차이 등 시 주석의 정적들도 이름을 올렸다.

반부패 운동에 힘입어 일정부분 중국내 부패를 일소하고 권력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한 시 주석이 집권 2기 중반부를 맞아 미국과의 갈등관계속에서 내부 단협을 이루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이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언급한 ‘초심을 잃지 말고 사명을 마음에 새기자’는 이름의 당 정신 교육은 다음 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인민해방군도 최근 ‘시진핑 강군 사상 학습요강’ 책자를 제작 배포해 눈길을 모았다.

경제적인 난관을 ‘대장정’ 정신으로 타파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전문가는 “굳이 무역전쟁이 아니더라도 중국 경제 자체가 6%대 성장률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에 돌입했다”면서 “경제 부진 이유를 공산당의 실책이 아니라 미국의 횡포로 강조해 내부 단결을 도모하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4% 증가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7.2% 증가했는데 이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발생했던 2003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실업률까지 치솟아 공산당은 고용안정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대외 강경노선은 내부의 다양한 모순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며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시진핑 지도부가 강경자세로 단결을 강조하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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