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프리뷰-11일)그린스펀에 기댈까

  • 등록 2003-02-11 오후 5:54:50

    수정 2003-02-11 오후 5:54:50

[edaily 강종구기자] 워렌 버핏과 함께 가치투자의 대가로 유명한 모리스 가벨리는 최근 미국 증시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2000년 이후 시작된 장기 약세장의 끝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가벨리는 그러나 주가하락의 골이 깊어지고 전쟁의 불확실성이 시장의 투자심리를 짓누르면서 손해만 보고 말았다. 그는 10일(현지시간) "주식을 사들여 실패했지만 아직도 오를 것이란 확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만 없다면.."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요즘 매일 곱씹고 있는 말일 것이다. 지난해 크게 하락한 주가가 올해도 계속 약세를 보이자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벨리는 물론이고 세계 증시를 호령하는 미국의 펀드매니저들도 미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 메릴린치가 2월 초 자사의 펀드매니저 7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증시가 다른 어느 나라 증시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월가의 투자전략가들도 비관보다는 낙관이 많다. 경제 펀더멘탈이나 주가수준만 보면 더 내려갈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속속 나온다.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같은 펀드매니저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S&P500지수가 올해 4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낙관론의 가장 큰 근거는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바닥론"이다. S&P500지수 편입기업들의 추정EPS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은 지난해 10월 25일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16배 수준으로 낮아져 역사적 평균치 15배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강력히 "매수"를 외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측을 할 수 없고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조건 전쟁"을 고집하고 있고 "단기전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국제상황은 별로 녹녹하지 않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뒤를 밀어줘야 할 유럽 국가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라크와의 문제가 평화적해결로 결정나면 더할 나위없이 좋고 우방들의 협조속에 단기전 승리로 끝난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돌아가는 사정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11일 미국 증시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뉴욕증시는 이라크가 태도의 변화를 보이자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해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가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폄하했고 나토군 파병에 반대한 프랑스에 대해서는 "실망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무력으로 이라크를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셈이다. 미국은 또한 영국과 함께 이번주 안에 2차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걷힐 것 같던 전쟁의 먹구름은 다시 뉴욕의 하늘을 덮었다. 상승 분위기를 연장시킬 기회는 남아 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1일과 12일 미국 상원과 하원에 잇따라 출석해 반기 출석 증언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그린스펀 의장은 경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항상 그랬듯이 그린스펀의 말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처럼 모호한 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경제의 펀더멘탈은 저금리와 생산성 증가로 인해 건전하고 추세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는 말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정학적 위기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양다리 걸치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스펀이 투자자 달래기에 나설 경우 그 효과는 어느 정도 일까. 현재의 시장 여건으로는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기대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톰슨퍼스트콜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S&P500기업의 올해 순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20%에 달했다. 그러나 이달에는 상반기 7.6%, 하반기 7.7%로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기대감도 3분기에서 4분기로 늦추어지는 모습이다. 매수세도 전쟁 불안감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메릴린치의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는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실탄이 없다"며 주식매수에 나서길 꺼려했다. 펀드의 현금비중은 1월 4.2%에서 4.8%로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역사적 평균인 6%보다는 낮은 상황이다. 펀드매니저들은 "보다 확실한 때"를 기다리며 현금비중을 늘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개미들의 반란도 현재로서는 꿈꾸기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은 1월 50억달러 가량을 주식펀드에서 인출했다. 상승종목수 대비 하락종목수(등락비율)로 측정하는 매수세는 6년래 최저치라고 한다. 기술적으로 바닥신호는 나오고 있는데 시장은 힘이 없다. 11일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도 추세를 바꿀만한 정도는 아닐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이유중 하나다.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중에는 단연 반도체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매트리얼이 눈에 띈다. 그러나 시장이 어닝시즌을 외면하고 있고 발표시간도 장 마감후라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 주당순이익은 2센트 정도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 향방도 관심거리다. 노키아 등 유럽 기업들이 유럽 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해 이 회사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의 반대편에 서 있는 선마이크로 오라클 AOL타임워너 등의 주가향방도 관심있게 지켜볼만 하다. 이들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XP에 이메일, 인스턴트메시징, 무비소프트웨어 등을 번들링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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