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홍 중국 대사 “韓, 美미사일 배치, 좋지 못한 결과 초래”(종합)

"한국 정부 충분한 정치적 지혜 발휘할 것"
"새로운 핵협정 체결은 비현실적…美, 中에 똑같은 군비 감축 요구는 불공평해"
"한중 관계 회복 중…홍콩인들 충분한 정치적 자유 보유"
  • 등록 2019-11-28 오전 11:52:15

    수정 2019-11-28 오후 4:02:15

추궈홍 주한중국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회에서 ‘한중 관계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추궈홍 주한 중국 대사가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한 이후 한국과 일본 등에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추 대사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관계의 오늘과 내일’ 세미나에서 미국이 INF 탈퇴 이후 한국 측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는 충분한 정치적 지혜를 가지고 있으므로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미국이 한국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인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後果·좋지 못한 결과)가 있을지 여러분들은 충분히 상상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INF 조약 탈퇴 이후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에 모두 가까운 동북아시아 핵심 요충지인 한국과 일본은 이 새로운 미사일의 유력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추 대사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한 셈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6년 미국의 요구에 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DD·사드) 배치했고 이는 한·중 관계의 급격한 경색으로 이어졌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중국이 아닌 북한의 미사일을 우려한 방위 체제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해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그나마 방어용 무기였던 사드에 반해 미사일은 공격용 무기인 만큼 후폭풍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서영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우호국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의 딜레마를 지적하며 대안으로 한 중국, 미국, 러시아가 체결하는 새로운 핵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추 대사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추 대사는 “중국과 미국이 같은 미사일 개발 수준을 가지지 않은 상태인데 새로운 중거리핵전력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만약 미국이 보유한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감소시킨다면 우리도 미국과 함께 군비 감축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비대칭적인 군비와 군사력 사이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비 감축 규모가 동일하다면 이는 불공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추 대사는 또 미국이 러시아와의 INF 조약을 탈퇴하며 러시아의 조약 파기와 중국의 미가입을 이유로 든 것에 대해 “내가 알기로 러시아는 INF 조약을 준수했고 중국은 중거리 미사일을 소수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방어용”이라며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INF 조약 탈퇴는 세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불확실성을 키웠으며 잠재적인 위험을 늘렸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사드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기 노선과 크루즈 운항 등이 제한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추 대사는 “일부 전세기 노선이 재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원인은 찾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멀지 않아 이런 문제들이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홍콩 사태나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소수민적 탄압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추 대사는 홍콩 사태에 대해 ”홍콩에 사는 중국인들은 언론 자유를 갖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치적인 요구를 할 수 있고 심지어 중국 지도자를 비평할 수 있다“며 ”그러나 폭력으로 요구를 드러내선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이 신장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에 들어선 이른바 ‘직업훈련소’를 대규모 구금 시설로 지목한 데 대해 ”신장 청년들이 학교에서 기술 훈련을 하는 것은 그들의 진로를 위한 일“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먹칠하고 중국 탄압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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