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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 전문가들의 우려가 최근 반년 사이 부쩍 커졌다.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부채 증가가 단연 손꼽힌 것이다.
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시스테믹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외 금융 전문가 78명 중 54명(70%)은 ‘가계부채 문제’를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한은이 지난달 27일~지난 6일 국내외 68개 금융기관 전문가 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들은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될 만한 요인들을 1~5순위로 나눠서 알렸다.
70% 비중의 의미는 전문가 78명 중 54명은 1순위든 2순위든 순위를 가리지 않고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그 뒤를 △ 저성장 저물가 기조 고착화 △미국 금리 정상화 등이 이었다. 각각 78명 중 39명(51%)이 이를 거론했다. 중국 경기둔화(37명·48%)와 기업 구조조정(34명·44%) 등도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런데 이는 지난 4월 설문조사 때와는 달라진 기류여서 주목된다. 가계부채 문제는 4월 당시만 해도 절반 정도인 54%만 리스크로 거론했다. 반년 사이 16%포인트가량 급증한 것이다. 4월 때는 중국 경기둔화(73%)와 기업 구조조정(59%)가 더 큰 위험으로 꼽혔다.
이런 변화는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여전히 폭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설문조사 직전 발표된 ‘8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8월중 은행권의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은 8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 정도 증가폭은 한은이 통계를 편제한 2008년 이후 8월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 때문에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연일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적하고 있다.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최우선 과제로 ‘부채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인식하는 금융시스템은 아직은 안전하긴 하다. 전체의 31%는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두고 “높다”고 답했다. “낮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하지만 “높다”는 응답이 반년 사이 2%포인트 소폭 하락한 점은 우려된다.
중기(1~3년)에 걸쳐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에 대한 답변도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 이번 조사 때는 44% 비중이었는데, 이는 지난 4월(40%)보다 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