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그놈의 7%''..그 놈의 성장률 집착증

  • 등록 2008-04-16 오후 5:53:24

    수정 2008-04-16 오후 5:53:24

[이데일리 김성재기자] 3년전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는 “지금대로 가면 올해 5% 성장이 안될 수도 있다”고 했다가 그날 언론의 1면에 이름이 올랐다.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부총리의 입에서 나온 부정적 경제 전망이 놀라왔지만, 일부에선 이를 정부의 고질적인 ‘성장률 집착증’이라고 꼬집었다.

3년전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세계경기 여건상 당초 얘기한 6% 성장은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내가 그 놈의 7% 때문에...’라며 성장률 집착증 때문에 겪은 심적 부담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른바 ‘747공약’의 7% 성장은 ‘정치적 구호’였다는 고백도 했다. 다음날 ‘정치적 구호’의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서 “금년에는 목표에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관료의 ‘성장 집착증’은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강 장관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브리핑에서 1시간 넘게 언급한 내용을 보면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잘 나타난다. 감세, 규제완화에 이어 경기부양을 위해 국회를 설득해 법을 고치고 추경편성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물가불안 같은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내수위축이 문제다”라고 덮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도 했다.

이 정부는 애초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달도 지나지 않아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서민들을 위해 물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총선이 끝난 요즘 물가 얘기는 쏙 들어가고 온통 경기부양 목소리 뿐이다. 성장률 집착이 낳은 결과다.

경제에서 성장률은 지표로서의 의미를 빼고 나면 그 자체가 그리 절대적 의미가 담긴 숫자가 아니다. 중국과 인도는 10% 전후의 고도성장을 하지만 경제는 늘 불안하다. 과거 개발시대인 70~80년대에는 우리나라도 10%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2년에도 7%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경제는 카드사태와 부동산 거품으로 위기상황에 빠졌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 경제선진국의 성장률은 고작해야 2~3%대를 넘지 못한다. 선진국들이 우리처럼 소득 1만5000달러~2만달러에 이르렀을 당시 성장률은 3%대를 밑도는 낮은 수치였다. 높은 성장률 자체가 경제의 절대적인 평가기준이나 정책목표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대로 알려져있다. 올해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도 4%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집착하는 수치보다 한참 낮다.

고유가 등에 따른 경기 둔화는 정부도 예상하고 있다. 16일 발표한 고용통계를 보면, 3월 들어 고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설령 높은 성장을 하더라도 고용증대로 곧바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여전히 ‘고성장 집착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국민들은 성장률 수치보다는 월급이 오르고 일자리와 물가와 집값이 안정되는 데에 더 관심이 많다. ‘7% 성장’이 선거 이전의 정치적 구호였다면 이제는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성장률 집착증을 버려야한다. 소득 2만달러시대의 정부에게는 성장률 달성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정책의 목표나 지향점이 많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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