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고문실 18개 발견…"러군이 매일 전기고문"

[이데일리 이성민 인턴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들을 고문하고 약탈한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州) 보우찬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운영한 고문실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총 300명의 수감자들이 이곳에 수감됐다.

자신을 수감자라고 밝힌 드미트로 즐렌코씨는 “러시아군이 매일 오전 11시 고문실로 끌고 가 현역군인이라고 자백하라며 전기 충격을 가했다”고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에 진술했다.

우크라이나인을 고문할 때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의자.(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군이 수감자들의 귀중품을 모두 빼았고 1인당 2만달러(약 2860만원)를 지불하면 석방해 줬다. 한 남성은 러시아군이 자신의 집을 약탈한 뒤 부유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를 찾아다녔다고 진술했다.

고문 시설에는 7명의 스리랑카인들도 수감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감자 중 한명인 로버트 클라이브 딜룩산씨는 자신들이 “쿠퍈스크에서 납치돼 보우찬스크로 보내졌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이해한 러시아어는 “‘돈’뿐이었다”며 “돈이 없으면 고문 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스리랑카인 수감자 요겐티란 타인스씨는 러시아군이 자신을 “폭행하고 발톱을 뽑았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인들은 고문 시설을 유지·보수하는데 동원됐으며 화장실과 취조실을 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로 유학 온 학생들과 노동자들이었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군이 보우찬스크 지역을 수복하면서 일부 수감자를 석방했다. 우크라이나 수사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고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바닥에 기름을 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군이 점령했던 동부 하르키우에서 18개의 고문실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 7개월간 러시아군 점령 하에 있다가 최근 우크라이나 군에 의해 수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