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2주기…이재용 조용한 추모(종합)

홍라희·이부진·이서현 등 가족과 전·현직 경영진 300여명 참석
고인과 인연 맺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세 아들과 선영 찾아
삼성 사내 게시판에 이건희 추모영상 …온라인 추모관도 운영
  • 등록 2022-10-25 오후 2:03:44

    수정 2022-10-25 오후 8:29:5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25일 경기도 수원 소재 선영에서 조용히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관장을 비롯한 가족들과 전·현직 경영진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고인과 친분이 있는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도 선영을 찾아 추모식에 함께 했다.

이날 오전 10시47분쯤 이 부회장과 홍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은 각각 승용차를 나눠 타고 선영에 들어섰다. 유족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조용히 이 회장을 기렸다. 이들은 약 40분간 선영에 머물다 11시30분쯤 빠져나갔다.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인 25일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등 유족이 차량을 타고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에 위치한 가족 선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응열 기자)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등도 선영을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오전 11시10분쯤 선영을 찾아 유족과 함께 고인을 기린 뒤 10분간 머물다 자리를 떠났다.

김 회장은 그간 같은 창업 2세대 경영인으로서 이 회장을 존경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또 고인 생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 등 관계가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앞선 오전 9시20분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묵 삼성생명(032830)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028260) 사장 등 삼성 현직 사장단 60여명은 3대의 검은색 대형 밴에 나눠 타 선영을 찾았다. 이들은 약 20분간 머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 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이 부회장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밖에도 오전에 선영을 찾은 경영진을 포함해 전·현직 사장단과 부사장 등 경영진 총 300여명이 오후까지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을 예정이다. 외부 추모객의 방문은 제한됐다.

삼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식 행사를 열지는 않았으나, 그룹 내 인트라넷에서 온라인 추모관을 열어 이 회장을 기리는 추모글을 올렸다. 삼성은 이 글에서 “당신의 도전으로 용기를 얻었다”며 “회장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이 회장을 기리는 5분43초 분량의 추모영상도 게재했다. 영상에는 △미래를 내다본 선구자적인 혜안과 통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한 과감한 도전 △임직원을 중시한 ‘인재제일’ 철학 △국가와 인류 사회에의 공헌 등 이 회장의 업적과 철학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추모영상은 신경영 강연과 연설문 등 이 회장의 육성, 이 회장을 회상하는 원로 경영인들과 외부 인사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영상을 시청한 임직원들은 이 회장을 기리며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나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 회장 2주기에 맞춰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별도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올해로 2주기를 맞은 이건희 회장은 1987년 회장직에 올랐다.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이 취임한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359배 뛰었다. 주식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성장했다.

외형적인 성장 외에도, 이 회장은 삼성에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했다. 삼성이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노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1993년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전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 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혁신의 출발점을 ‘인간’으로 보고 ‘나부터 변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회장은 △인간미 △도덕성 △예의범절 △에티켓을 삼성의 전 임직원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양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 경영의 실천으로 경영 방향을 선회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인재를 중요하게 봤다. 이를 위해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또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했다.

사업에서는 반도체분야가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K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이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 환원에도 힘썼다.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고,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등 3대 기증사업을 추진했다. 이 회장의 기증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매표소 앞에 관람객들이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사회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 회장을 기업인을 넘어 인간 심연을 들여다본 철학자이자 사상가, 예술가로 기억했다.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은 “고인은 기업인이라기보다 철학자였다”며 “‘나라가 잘돼야 기업이 잘된다, 기업은 국가 발전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었고 그 중심에 인재 양성이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이 회장은 글로벌화, 디지털화, 지식기반경제화라는 21세기 패러다임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21세기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비전가”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 회장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회장이 별세한 2020년 10월 로이터통신 이 회장의 소식을 전하며 “삼성을 혁신기업으로 만든 선구자”라고 했다. NHK는 “한국을 대표하는 카리스마적인 경영자”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삼성그룹 중흥의 시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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