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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오디션 당시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는 장면을 연기해야 했다. 봉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종이를 돌돌 말아서 들어갔는데 연기를 하다 감정이 격해져서 종이를 물어뜯었다. 심사위원들이 깔깔 웃더라”(조정근·딜라몬드 교수 역).
“금발마녀 글린다를 생각하니 마술봉이 딱 떠올랐다. 대걸레의 머리 부분을 떼고 예쁘게 봉으로 꾸며서 가지고 갔다.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이 좋게 봐줬던 것 같다”(김보경·글린다 역).
배우들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이토록 열정적인 오디션을 펼쳤던 작품은 초록마녀로 잘 알려진 뮤지컬 ‘위키드’.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0년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내한공연 당시에는 총 23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유례없는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키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뒤집은 작품.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이 원작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웠던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가 주인공이다. 나쁜 마녀로 알고 있는 엘파바가 사실은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오해받는 착한 마녀고, 인기 많고 아름다운 글린다는 사실 허영덩어리였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오즈의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위키드’는 환상적인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무대 연출과 화려한 의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개성 있는 350벌의 의상을 볼 수 있는데 의상의 가치는 300만달러(약 35억원)에 달한다. 설 대표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도로시 의상도 고가의 상품이라 보험을 들었는데 ‘위키드’의 경우 전 의상이 보험에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피에로 역에 이지훈·조상웅, 오즈의 마법사 역에 남경주·이상준, 마담 모리블 역에 김영주, 딜라몬드 교수 역에 조정근, 보크 역에 김동현, 네사로즈 역에 이예은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22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