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전 피해자와의 문자, 문제 소지 있어"…박원순의 마지막 33시간

서울북부지검, 박 전 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 관련 수사결과
'시민단체→국회의원→박 전 시장 측근' 전달
"4월 이전 문자, 문제 삼으면 문제될 소지 있다" 측근에 토로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말한 뒤 극단 선택
  • 등록 2020-12-30 오후 12:52:30

    수정 2020-12-30 오후 12:52:30

[이데일리 박기주 이소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사실이 본인에게 흘러들어 간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해당 정보는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등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시장은 관련 소식을 전해 들은 지 33시간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북부지검은 공무상비밀누설과 성폭력특별법의 비밀준수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청와대, 경찰 관계자 등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정보를 알렸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모습 (사진= 연합뉴스)
‘시민단체→국회의원→박원순 측근’으로 전달된 피소사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은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2분께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박 전 시장 고소장 접수와 관련해 전화면담을 했다. 변호인은 이어 이날 2시 37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시민단체 대표 A씨에게 연락해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투사건’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지원을 요청했다.

A씨는 같은날 오후 8시 31분부터 58분까지 비슷한 사건에 대해 공동대응해 왔던 다른 시민단체 대표 B씨와 수차례 통화했고, B씨는 다음날(8일) 오전 10시 18분께 같은 시민단체 공동대표인 C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C씨는 통화 직후 10시 31분께 평소 친분이 있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며 이 사실을 알렸다.

시민단체에서 국회의원에게 전달된 이 피소사실은 빠르게 박 전 시장의 측근에게 전달됐다. 남 의원은 통화 직후인 8일 오전 10시 33분께 임순영 당시 서울특별시장 특보에게 전화해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

임 전 특보는 바로 A씨에게 전화해 해당 내용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A씨는 ‘어떻게 알았느냐’는 취지로만 답변하고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낮 12시 10분께 남 의원으로부터 ‘C씨가 통화를 원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받은 후 C씨와 통화해 “여성단체가 피해자의 변호사와 접촉한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사진= 연합뉴스)
“4월 전 주고받은 문자, 문제될 소지 있다” 측근에게 털어논 박 전 시장

박 전 시장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이날이었다. 임 전 특보는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면서 “시장님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 있으시냐”고 물었고,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 임 전 특보는 재차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으시냐”고 물었지만 박 전 시장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 박 전 시장은 임 전 특보에게 전화해 비서실장 및 기획비서관과 함께 오후 11시까지 공관으로 오라고 지시했다. 임 전 특보는 공관으로 가는 과정에서 A씨에게 다시 한번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박 전 시장의 측근(비서실장 불참)이 모인 자리에서 임 전 특보는 자신이 확인하거나 들은 사실을 알렸고,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날 오전 5시13분께 임 전 특보는 비서실장에게 공관에서 나눈 대화를 전달했고, 비서실장은 오전 9시15분부터 10시5분까지 박 전 시장과 공관에서 독대를 했다. 박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다. 그 쪽에서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 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10시 44분께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공관을 나왔고, 오후 1시24분 임 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후 1시 39분엔 비서실장과 통화하면서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했고, 같은 날 오후 3시 39분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박 전 시장은 10일 0시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전날 경찰은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해 피고소인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은 범죄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 내사종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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