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도 유행인데…한국 팥이 사라졌다

작년 중국산 팥 수입금액 50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
시중 판매 단팥빵·팥죽·팥빙수의 90%가 중국산 사용
중국산 팥, 국산 가격의 75% 불과해 식품업계 선
“농가·식품업계 협업 늘려야”
  • 등록 2023-01-25 오후 4:09:42

    수정 2023-01-26 오후 2:10:01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연세우유 단팥생크림빵’, ‘포켓몬크리미단팥호빵’, ‘근대골목단팥빵’.

최근 줄을 서서 구해야 할만큼 인기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는 제품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중국산 팥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팥을 함유한 제품의 수요는 늘고 있지만 국산 팥이 생산량을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중국산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CU가 판매하는 연세우유 단팥생크림빵, SPC삼립 잠만보의 크리미단팥빵호빵, 근대골목단팥빵, 동원F&B 양반 밤단팥죽, CJ제일제당 햇반 동지팥죽, 순수본 통단팥죽. 모두 중국산 팥이 들어간다.(사진=각 사)
한국 팥이 사라졌다…단팥빵부터 팥죽까지 中 점령

2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산 팥의 수입금액은 4099만달러(506억원)로 전년대비 16.2% 증가했다. 수입 중량도 1만9218t으로 같은 기간 10% 늘었다. 국내 가공식품 업체들이 중품질의 가격이 낮은 중국산 팥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팥 자급률은 20%에 불과하다.

팥은 예로부터 요리에 첨가물로 사용된 식재료로 팥죽의 원료뿐만 아니라 떡, 빵의 앙금, 팥빙수 등에 다양하게 사용돼왔다. 안토시아닌과 사포닌, 비타민 B1 등이 풍부해 소화와 이뇨를 돕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국산 팥은 중국산에 비해 알이 크고 쓰면서 은은한 단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반면 중국산은 알이 작고 크기가 균일하고 쓴맛을 낸다. 하지만 가공식품의 경우는 맛으로 팥 원산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산이 주로 쓰인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시중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뿐만 아니라 편의점과 유명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팥 앙금 함유 빵에서도 국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설빙 등 팥빙수 업계도 중국산 팥을 쓴다. 국내 3대 빵집으로 불리는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대구 삼송빵집의 단팥빵에 있는 앙금 역시 중국산 팥이다.

국산 팥을 쓰는 베이커리로는 ‘옥루몽’, ‘소적두’ 경주 ‘황남빵’ 등으로 손에 꼽는다. 소적두는 강원도 지역의 농부와 계약재배로 2011년부터 국산 팥을 공급받고 있다. 황남빵은 경주지역의 팥농가에서 재배된 팥을 사용한다.

죽 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내 1위 죽 전문점 ‘본죽’은 국내산 팥을 사용한 팥죽 등을 공급하다가 코로나 기간 중국산으로 재료를 교체했다.

팥죽 밀키트 시장도 중국 팥이 장악한 지 오래다. 엄선된 재료로 만들었다고 홍보한 말이 무색할 정도다. CJ제일제당(097950)의 햇반 동지팥죽, 동원F&B(049770)의 양반 밤단팥죽, 풀무원(017810) 새알동지팥죽, 오뚜기(007310) 동지팥죽, 샘표 동지 찹쌀 통팥죽 등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 제품은 중국산 팥을 원재료로 사용했다.

연세우유 단팥생크림빵, 순수본 통단팥죽, CJ제일제당 동지팥죽 성분표(사진=각사)
비싼 가격에 국산 팥 외면...“농가·식품업계 협업 늘려야”

식품 업계가 국산 팥을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붉은 팥 국산 상급 상품의 도매(40㎏) 가격은 36만5587원이다. 같은 기간 중급 품종의 수입산 팥의 가격은 27만5747원으로 국산 팥의 75% 수준이다. 실제 가공업체가 수입해서 쓰는 중국산 팥 가격은 40㎏ 기준 8만~12만원으로 국산 대비 3~4배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은 국산만큼 재배이력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위생 등 관점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 실제 한국만큼 팥을 많이 소비하는 일본은 중국 현지에 팥 앙금 공장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국산 팥의 가격은 비싼 것은 수확량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장마와 가뭄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나마 이 수확량도 일정하지 않다. 작년 국내 농가의 팥 재배면적은 3834ha(3834만㎡)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작다.

최근 팥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우상향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국내 팥 재배 면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선 농가에서는 재배면적이 증가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늘리지 않고 있다.

송석보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연구사는 “국산 팥은 건강을 고려하는 일반 소비자들만 구입하고 가공식품업체는 가성비가 좋은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며 “식품업체가 농가와 직접 연계해서 우수한 국산 품종의 팥을 사용한다면 국내 팥 재배환경이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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