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나는 재건축 홍보부스…단속 나선 당국

[부동산 포커스]금지 공문도 안 듣자 현장지도
강남구청, 압구정4구역 재건축 설계자 홍보부스 현장지도
차리는 데 수억원 들지만 탈락하면 회수 못하는 매몰 비용
"결국 조합원 부담늘어날 것…건축사 사업참여 안할 수도"
  • 등록 2023-09-04 오후 4:44:35

    수정 2023-09-04 오후 7:34:41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재건축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등장한 홍보부스 탓에 건축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번에 드는 비용이 억 원 단위인데 당선되면 모를까 탈락하면 고스란히 매몰 비용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으로서도 사업비 지출이 늘어나 결국에는 조합원 부담이 커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를 관리감독하는 행정당국이 직접 현장지도까지 나섰다.

압구정4구역에 마련된 설계자 홍보부스.(사진=이데일리DB)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청 재건축사업과는 지난 1일 압구정 4구역 재건축 설계자 공모에 응한 건축사사무소가 홍보부스를 찾아 현장을 지도했다. 앞서 조합에 “홍보부스를 운영하지 마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듣지 않자 취한 조처였다.

구청의 공문은 국토부에서 정한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에 근거한다. 기준은 입찰 참여자는 토지소유자를 직접 상대하고 홍보하거나 이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홍보부스 운영 과정에서 이 부분을 위반할 여지가 있자 구청이 단속에 나선 것이다. 단속되면 부스를 철거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아서 주의를 환기하는 선에서 현장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홍보부스가 등장한 것은 압구정 정비사업이 사실상 시초격이다. 지난 6월 2구역, 7월 3구역, 8월 4구역 단지 내에 각각 홍보부스가 마련됐다. 조합의 요구와 건축사사무소의 열의가 맞물린 측면이 있다.

홍보부스는 단지 모형을 주축으로 조감도와 세대별 세부 평면도, 공용시설 활용 안 정도를 다룬다. 이전에는 각사 발표와 영상 정도로 설계안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관건은 비용이다. 홍보부스를 차리는 데에는 적어도 수억 원 단위가 투입된다고 한다. 모형을 제작하고 현장에 부스를 차리고 인력을 파견하는 등이 모두 비용이다. 앞서 압구정 지역 설계공모에 참여했던 건축사 사무소 임원은 “홍보부스를 차리는 데에 들인 비용을 직간접적으로 합산해보니 5억원 정도였다”며 “다른 회사 사정을 알기 어렵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비용을 썼을 것이다”고 했다.

홍보부스 설치가 관행으로 굳어지는 것을 건축업계는 우려한다. 서울시만 해도 수천 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때마다 조합에서 압구정 사례를 들어 홍보부스를 차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억 단위’의 비용을 쓸 수 있지만 탈락하면 그대로 버리는 비용이다. 결국 이 비용은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손해를 만회하려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 공모 비용 증액을 요구하면 조합은 사업비 지출이 커져 그만큼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홍보부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며 “앞으로 이런 요구가 이어지면 공모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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