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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올 상반기 여수공장에서 연간 80만t 규모의 에틸렌 증설을 마무리하고 총 330만t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LG화학은 기존 여수공장에서 연간 120만t, 대산공장에서 13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1위 업체다. 한화토탈도 올 상반기 대산공장에서 연간 15만t 규모의 증설을 완료할 전망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한화토탈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기존 140만t에서 155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다른 주요 에틸렌 생산업체인 여천NCC도 여수에서 연간 34만t 규모의 에틸렌 증설을 지난 2월 마무리하고 가동에 들어간 상황이다. 여천NCC의 전체 에틸렌 생산능력은 총 230만t 규모다.
국내 주요 에틸렌 생산업체인 이들 3사가 올 상반기에만 증설한 물량이 약 130만t에 달한다. 이미 2~3년 전부터 글로벌 에틸렌 수급 전망에 따라 선제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선 것들이 올 들어 본격화된 셈이다. 시기도 좋다. 최근 에틸렌은 지난해와 다르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정보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가격(동북아시아 시장 기준)은 t당 1220달러로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월29일(970달러)과 비교해 25.7%나 올랐다. HDPE는 생활 및 식품용기, 필름, 전선 등에 쓰이는 에틸렌을 원료로 한 대표 제품이다. 또한 에틸렌을 통해 만드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가격도 최근 t당 1620달러로 두 달 전에 비해 19.1% 올랐다.
정유사들의 에틸렌 확대 움직임도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과 ‘중한석화’를 설립, 지난해 연간 8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다. SK종합화학은 이후 연간 110만t 규모의 증설도 검토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011170)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올 하반기 연간 75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근 정유사들이 추진 중인 화학 기반 사업다각화의 일환이다.
올해 국내 에틸렌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일각에선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예정된 에틸렌 신증설은 약 1500만t 수준이다. 상반기 450만t, 하반기 1050만t 규모인데 이중 중국과 한국, 동남아 지역에서 나오는 물량이 1100만t으로 추정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의 신증설 물량이 많아도 에틸렌 수요는 한동안 견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제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유화업계는 산업적 특성상 호황시 번 돈으로 불황 진입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데, 증설 공사에만 2~3년이 걸리는 만큼 짧게는 5년, 길게는 향후 10년을 보고 투자한다”며 “에틸렌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국내 업체들이 공급과잉 우려에도 선제적 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