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뒤에 숨은 사이버 학교폭력, 코로나 이후 3배 급증

푸른나무재단, '2021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기자회견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폭력 줄었지만 사이버폭력 3배 ↑
도움 못받고 '사각지대' 놓인 학생들…"피해 지원 강화해야"
  • 등록 2021-04-20 오후 1:49:06

    수정 2021-04-20 오후 10:11:23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다 같이 있는 ‘단팸방’(단체 채팅방)에서 여럿이 일부러 한 명을 괴롭히거나 울려요. 카카오톡 계정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계정을 이상한 사람에게 넘겨 팔기도 해요.”

“‘에스크’(익명 질문 플랫폼)에 악성 댓글과 질문을 악의적으로 올려서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 고소까지 생각했어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며 전체 학교폭력 피해는 감소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폭력 비율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계속된 학교폭력 대책에도 많은 학생이 여전히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학교 주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본부에서 2021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학교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로 사이버폭력 3배 증가…‘익명성’으로 대처도 어려워

청소년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푸른나무재단은 전국 17개 시·도 청소년(초등학교 2학년~고등학교 2학년) 6230명을 대상으로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6.7%로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사이버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3%로 전년(5.3%)보다 세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피해 유형 중에는 사이버 언어폭력이 22.5%, 사이버 명예훼손이 15.7%였다.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며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선영 사이버SOS센터 전문연구원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실시된 게 일차적 원인”이라며 “학교폭력이 사이버 언어폭력, 명예훼손 등 관계적 공격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 중 17.6%는 사이버폭력 대처 방법 검색이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해결하기 어려운 매체의 특징으로는 ‘익명성’이 41.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 전문연구원은 “피해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익명성이 가해를 손쉽게 하고 피해를 가볍게 여기는 요인’이라고 응답했다”며 “사이버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처법을 마련할 때 익명성과 관계적 공격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식적·가해자 중심 대처도 문제…“대응 시스템 강화해야”

최근 ‘학폭’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며 피해 회복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회적 대응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후 겪은 상황’에 대해 응답자의 25%가 부모님께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고, 24.2%는 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도 18.8%였다.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 중에서도 가해 후 ‘학교 선생님께 혼났다’는 응답률이 24.3%였지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도 21.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전문연구원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는 조치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학생이 체감하는 실질적 조치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교사, 부모뿐 아니라 학생들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을 확대하고,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사회적 대응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용린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현재는 학교에서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할지 논의하고, 결국 법원에서 조처가 내려지면 ‘학폭’이 마무리된다”며 “모든 것이 가해자 처분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이사장은 “학교가 주도적으로 나서 피해자 중심으로 피해 회복 지원을 해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교육부뿐 아니라 사회복지 관점에서 복지부 등도 관심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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