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느슨한 코스피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투자자만 피해”

코로나19 치료제 2상 만으로 조건부허가 가능
코스피 바이오 가이드라인에 임상 3상만 포함
코로나 수혜주 급등락 반복, 투자자 보호 불가능
  • 등록 2021-03-19 오후 5:35:16

    수정 2021-03-19 오후 6:59:13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바이오 기업에는 임상 3상 결과만 공시 가이드라인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스피의 가이드라인은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임상 3상 공시조차도 기업의 선택사항이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조기 임상 결과로 조건부승인까지 받을 수 있는 만큼 투자자가 진행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임상 결과를 의무적인 공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 [자료=거래소]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해 11월 코스피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12월 초부터 기업에 안내하고 곧바로 시행했다. 다만 코스닥 공시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언론을 통한 보도자료 배포는 진행되지 않았고, 지난달 거래소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앞서 2020년 2월 거래소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결과를 공시하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을 담아 무분별하게 자료를 배포하는 행위가 잇따라 논란이 되면서 ‘코스닥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코스닥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상시험이 종료된 사실 및 그 결과’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영활동의 중요정보에 해당되므로 의무 공시대상이다. 모든 임상 결과는 1차 평가지표(주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 여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탑라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채, 회사의 자체적 판단 내용만 공시하면 안된다.

반면 코스피 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는 임상 3상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3상 결과를 포함한 코스피 공시 가이드라인 자체가 의무사항이 아니며 사실상 기업의 선택사항이다.

종근당(185750)은 지난 1월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메실산염) 코로나19 러시아 임상 2상이 종료됐지만 규정에 따라 공시는 없었다. 대신 회사 자체적인 해석을 담은 나페벨탄 임상 2상 결과 보도자료 배포만 이뤄졌다. 종근당 측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러시아 임상 2상 결과 다양한 임상적 지표를 평가한 결과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페벨탄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1차지표인 임상적 개선 시간의 유효성 입증에 실패, 추가적으로 평가한 바이러스 검사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바이러스 음전소요시간)도 효과가 없었다.

추가적으로 분석한 ‘조기경고점수 7점 이상인 환자군’에서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였으나, 임상시험의 설계가 ‘공개시험(open-label)’으로서 객관성과 신뢰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공개시험은 피험자와 시험자 모두 가짜약과 의약품 중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알고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중맹검(double blind) 방식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 임상이 끝날 때까지 가짜약과 의약품 중 어떤 약을 투여했는지 모른다. 임상시험 데이터는 이중맹검을 더 신뢰한다.

셀트리온(068270) 역시 지난해 12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임상 2상 결과를 기반으로 조건부허가를 신청했다고만 공시했으며, 1차지표 내용이 누락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임상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고, 1월 셀트리온은 투자자들을 위해 임상 디자인과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후 2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허가 승인이 나왔고,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거래소 측은 코스피 기업에 임상 1~2상이 실적에 큰 타격을 주지 않기 때문에 공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에서 판단하는 중요한 경영사항이면 기업의 영업이나 재무 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들이다”며 “가령 종근당이라는 유가 기업이라면 매출 5% 이상의 영향을 미치는 판매 중인 약품의 품목허가 취소, GMP부적합 판정 사실, 자본 5% 이상의 라이센스 계약 등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조기 임상 결과만으로 조건부허가로 직행할 수 있다. 코스피 기업이라 할지라도 임상 1~2상 결과가 실적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영사항이다. 이와 관련 거래소 측은 “코스닥 바이오 기업은 파이프라인의 실패와 성공에 따라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임상을 의무 공시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코스피 기업은 임상 1~2상이 실패하더라도 실적 대비 큰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광약품(003000), 신풍제약(019170), 녹십자(006280), 동화약품(000020) 등 코스피 상장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며,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자율적으로 1차지표 및 2차지표 등을 공개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앞선 사례처럼 여전히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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