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백약이 무효인 사교육비

사교육비 문제, 교육정책만으로 푸는데 한계
출신학교별로 등급 부여 ‘학벌차별’ 바꿔야
토론·논술형 수업·평가로의 변화는 ‘긍정적’
  • 등록 2020-03-11 오후 12:09:00

    수정 2020-03-11 오후 12:09: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해마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백약이 무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교육비를 잡는다고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꾼 영어에서도 사교육비가 증가한 점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사진=뉴시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로 논란이 컸던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사실은 사교육 대책 중 하나로 도입됐다. 점수로 줄 세워 대학에 합격시키기보다 특성·잠재력을 종합 평가해보자는 취지로 입학사정관전형을 도입했고 이것이 학종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학종 도입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대학들이 학종 비중을 늘리자 사교육비가 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매년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는 목적(복수응답) 1위는 학교수업 보충·심화(85%)였다. 학생부전형이 보편화되면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졌고 성적을 올리려 사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종 대신 수능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변별력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길 원하며 소위 ‘킬러 문항’이 늘수록 학생·학부모들은 학원을 찾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자 국어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국내 사교육문제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학벌 차별이 과거보다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 `스카이 캐슬`은 여전히 공고하다. 은행권 신입사원 채용에선 출신 대학별로 등급을 매기는 일도 있었다. 물론 1등급은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 출신들이 받았다. 출신학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한 교육정책만으로 사교육 문제를 풀 수 없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커지는 풍선효과만 생길 뿐이다. 신입사원 채용에서 출신학교를 따지지 않고 능력·잠재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전형이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학생들의 사고력·창의력을 키워줄 새로운 교육정책과 입시제도도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미 이와 관련된 실험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최근 교육계는 학교 수업·평가를 토론·논술형으로 바꾸는 국제바칼로레아(IB) 도입을 앞두고 찬반 논란을 본격화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이 운영하는 표준화된 국제교육과정이다. 원래는 해외 채류 중인 외교관·주재원 자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 세계 153개국으로 퍼졌다. 국내에서도 대구·제주교육청이 IB 도입을 앞두고 있다.

IB를 도입할 경우 교육과정·수업·시험이 모두 토론·논술형으로 바뀌게 된다. 교육계도 찬반을 떠나 IB과정이 사고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란 사실은 인정한다. 이를 통해 수능도 논술형으로 바뀐다면 사교육 개입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싹트고 있다.

다만 IB과정을 도입할 경우 학교 당 1100만원에 해당하는 로열티(연회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교육청 차원에서 도입할 경우 수십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아예 한국형 논술교육과정(IB)을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토종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을 공교육에 투자하자는 주장이다. 사교육비가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금이 한국형 논술교육을 고민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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