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후계자의 상징 거머쥔 김주애 [한반도24시]

김정은 딸 김주애 ‘조선의 샛별 여장군’ 호명
항공절 행사에 김정은과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
과거 김정은 20년간 후계수업과 유사
‘정찰위성’ 이용해 백두혈통 승계 추정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 등록 2023-12-06 오후 5:14:57

    수정 2023-12-06 오후 5:14:57

최근 열린 북한 주요 간부 대상 강연회에서 김주애를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호명하고, 지난 11월 30일 항공절 행사에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가죽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나타났다. 후계자 여부를 둘러싼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현장에 김정은 국무원장과 함께 ‘사랑하는 자제분’이란 호칭으로 첫 등장한 김주애가 정찰위성 발사성공 자축연회에 참석하고, 곧이어 열린 강연회에서 “우주강국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에 의해 앞으로 더 빛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김주애가 4대 세습의 계승자 반열에 있다는 정황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984년 1월 8일생인 김정은 나이 39세에 후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성급한 측면이 있지만, 지난해 말 김주애 등장 이후의 행보를 볼 때 후계자 공식화의 징후들을 여러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호칭사용, 주석단의 서열 2위 자리배치와 현지지도 동행, 김주애 우표발행과 백마 공개, 군사 위주의 활동을 통한 ‘장군형’ 지도자상 부각 등은 후계와 관련짓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기고(3월 6일자 한반도 24시)에서 밝힌 바와 같이 북한의 후계문제는 수령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거나,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은 편견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백두혈통’의 수령 계승이 제도화된 북한의 경우 김정은의 자식이 후계수령이 되는 것은 일종의 ‘관습헌법’이다. 따라서 후계자는 수령체제를 잘 이끌고 나갈 수령의 자식 중에 자질을 갖춘 후계자를 간택하게 된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승계가 이뤄질 때는 30여년의 후계수업과 공동통치 기간이 필요했다. 김정은의 경우도 여덟 살에 후계자 간택 이후 20여년간 후계수업을 받았고 2008년 김정일 뇌졸중 발명 이후부터 본격적인 통치전면에 나섰다. 이러한 선대수령들의 후계체제 구축과정을 살펴볼 때 김주애의 경우도 유사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후계자에게만 쓸 수 있는 상징은 ‘별’이고, 사용하는 호칭은 ‘친애하는, 사랑하는, 존경하는, 존귀하신’ 등의 수식어와 ‘당중앙’, ‘대장’ 등이다. 후계자 시절 김정일은 ‘백두광명성’이란 상징과 ‘친애하는 당중앙’이란 은유적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군사경험이 없는 김정일은 집권 이후 ‘김정일 장군님’이란 호칭을 주로 사용했다. 김정일은 항일무장투쟁에서 체제정당화의 근거를 찾는 북한의 수령체제의 특수성을 반영해서 그가 백두혈통의 적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장군이란 군사칭호를 사용하면서 장군형 지도자임을 부각하려고 했다.

김정은은 후계자 시절 ‘샛별’이란 상징과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 ‘친애하는 김 대장’이란 호칭이 사용됐다. 김정은 집권초기 ‘김정은 원수님’이란 군사칭호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아버지 시대 강조됐던 ‘선군정치’에서 ‘당-국가체제’를 복원하면서 당의 수위인 총비서, 국가 수위인 국무위원장 직함을 주로 사용한다.

김주애 등장 이후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호칭, 상징, 장군형 지도상 부각 등은 분명 후계와 관련이 있다. 지금은 후계자로 간택돼 후계수업을 받으며 덕목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후계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고 성인이 되면 특정분야에서 통치수업을 하면서 공동통치기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후계를 서두르면 권력의 급격한 이동을 불러오고, 신구 권력사이에 권력투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후계는 가급적 늦추고 공식화하지 않는 것이 권력의 생리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북한에서도 지도자의 후계 간택과 당내 후계 지명 이후 상당기간 대외공개를 미루고 은유적 화법으로 후계를 암시하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조기에 후계를 공식화하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핵·미사일 고도화와 군사정찰 위성 발사 등을 서두르는 지금이 장군형 지도자의 덕목을 쌓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수령체제의 ‘만능의 보검’인 핵·미사일 고도화 등 군사강국건설에 후계자가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여 수령제 국가의 유지·계승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 중심의 유일체제인 북한의 지도자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공동통치를 간파하지 못하고 실질통치에서 밀려나 군림하던 김일성에 집중한 오류, 대만 사진작가가 후계관련 사진을 공개할 때까지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확신하지 못한 전례 등을 교훈삼아 북한 수령체제 권부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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