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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사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는데 오히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때문에 중국이 한국을 보복하면서 한국시장이 더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얼마 전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번 회장은 한국 사정에 밝은 지한파(知韓派)이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국제금융통이다. 지나가듯 무심코 한 말이지만 뼈가 있다.
사실 북한의 핵실험이 하루 이틀 된 건 아니다. 지난 2006년 10월부터 시작해 2009년, 2013년, 작년 1월과 9월, 이렇게 총 5차례 걸쳐 이뤄졌다. 미사일 발사 실험도 잇따라 반복된 일이다. 구글트렌드는 지난달까지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다 이달 들어 갑자기 급상승했다. 이달 초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구글트랜드에서 ‘트럼프’와 북한‘을 함께 검색한 사람이 갑자기 많아진 시기부터 북핵 문제가 전면에 부상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누군가. 좋든 나쁘든 온갖 화제를 몰고 다니는 미국의 대통령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슈를 잡은 이상, 북핵 문제는 전 세계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코너에 몰려 있는 신세였다. 자신의 1호 공약이던 트럼프케어(AHCA)가 여당 내 반대파에 가로막혀 표결도 못 해보고 좌초했다. 여파가 컸다. 가뜩이나 낮았던 지지율은 더 밑으로 떨어졌고, 뉴욕 주식시장에선 트럼프랠리의 거품 논란이 일었다. 출범 100일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는 휘청거렸다. 하지만 북핵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살아났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라스무센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40%대가 위태롭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이달 들어 다시 50%대를 회복했다. 거의 모든 조사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역대 미국 대통령과 비교하면 절대 숫자는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북풍(北風)은 한국 정치에서만 통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