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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12일(현지시간) 베트남에 도착한 직후 공개한 서면 연설문을 통해 “중국은 주변국 외교에서 베트남과의 관계를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 방향에 대한 중요한 전략적 문제와 양측의 공동 관심사인 역내·국제문제를 논의해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베트남공산당 기관지에 기고한 글에서도 “양국은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고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를 위한 정치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국영 일간지인 뚜오이째는 시 주석의 방문기간 동안 양국이 협력사업 수십건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엔 중국 남부와 베트남 북부를 잇는 철도 건설을 위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간 교통망이 확충되면 베트남이 중국에 농산물을 수출하기 쉬워진다.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확충 사업인 ‘디지털 실크로드’에 베트남이 동참하거나 베트남 희토류 광산을 양국이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처럼 시 주석이 선물 보따리를 들고 베트남을 찾은 건 베트남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미국을 막아서기 위해서다. 베트남과 미국은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가장 높은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중국으로선 국경을 맞댄 베트남이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에 합류하는 것만은 저지해야 할 상황이다. 시 주석이 앞선 기고에서 “아시아의 미래는 오직 아시아인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것도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베트남이 중국 뜻대로 움직여줄 진 미지수다. 중국과 베트남은 공산국가라는 정체성은 공유하고 있지만 고대부터 중국이 베트남을 수차례 침략한 데 따른 역사적 악연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측은 정상회담에서 윤명공동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홍히엡 ISEAS-유소프이삭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베트남의 불신은 뿌리 깊으며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에서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는 한 베트남 국민이 볼 때 양국의 운명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