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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파주, 연천에 이어 한강 이남인 김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넘어오면 끝난 것 아닙니까.”
24일 오전 9시께 경기 김포 통진읍 가현리에 사는 A씨가 운영하는 농가에서 돼지 1800두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곳은 파주, 연천에 이어 세 번째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가이다. 이를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김포 주민들은 ASF 확산 추세 때문에 이러다 돼지사육사업이 망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확진 농가 포함 3㎞ 이내 돼지 살처분
김포시는 이날 오전 0시부터 A씨 농가와 반경 3㎞ 이내에 있는 B씨 농가 등 전체 5곳의 돼지 3380두에 대한 살처분 작업에 착수했다. 오전 9시 기준으로 25% 가량 진행했고 시는 오후까지 작업을 마치기 위해 속도를 냈다.
농가 주변은 방역복을 입은 경찰관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도로 바로 옆에 있는 A씨 농가 뒤에서는 김포시와 계약된 용역업체 직원들이 땅을 파고 돼지를 묻고 있었다. 현장에서 300여m 떨어진 출입 통제선 밖에서는 살처분되는 돼지 울음소리가 “꽤액~꽥~” 하고 들렸다. 일부 폐사된 돼지는 포크레인에 실려 땅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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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주변 논에는 이달 초 태풍 피해로 쓰러진 벼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농로에서 주민들은 볼 수 없었다. 살처분 현장에서 가까운 농로에서는 돼지 울음소리와 포크레인 소리만 울려퍼졌다. 한 김포시 관계자는 “한강 이남인 김포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나와 걱정이 크다”며 “우선 확진 농가 주변 살처분으로 김포지역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100% 예방될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포와 붙어 있는 인천 강화에서도 돼지 1두가 혈청검사에서 ASF 의심 상황이 나와 추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 23일 오전 6시40분께 농장에서 새끼를 밴 어미돼지 4마리가 유산을 하고 1마리가 새끼를 밴 채 폐사된 것을 확인하고 김포시에 ASF 의심신고를 했고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주민들 “앞으로 돼지 어떻게 기르나”
가현리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A씨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주민 이모씨(75)는 “A씨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30년 넘게 돼지를 길렀는데 돼지열병 때문에 정성껏 기른 돼지를 하루 아침에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태풍 피해에 ASF 피해까지 겹쳐 농민의 상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내 돼지는 아니지만 이웃이 그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더 이상 ASF 피해가 확산되지 않고 주민들이 돼지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19일 통진읍에 ASF 방역 상황을 점검하러 다녀간 뒤 며칠만에 이게 왠 날벼락이냐”며 “김포의 다른 돼지농가에도 피해가 확산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A씨 농가로부터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화자씨(62·여)는 “A씨는 교회에서 얼굴을 몇 번 봤다”며 “남의 일 같지 않다. 어서 빨리 ASF를 극복해서 주민들이 근심·걱정 없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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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17일 파주 연다산동 돼지농가에서 ASF 첫 확진 돼지가 나왔고 18일 연천 백학면, 23일 김포 통진읍 돼지농가에서 확진됐다. 파주 적성면 돼지농가에서는 24일 오전 4시께 또다시 확진 판정이 나왔다. 현재 정부는 ASF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확진 농가 주변 농가 돼지까지 살처분하고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