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 고물가 시대에서 취업 준비를 이어가는 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수입은 없거나 아르바이트비 정도뿐인데, 취업을 위한 공부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생활비 부담까지 커져서다. 하반기도 취업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
취준생들의 ‘스펙’ 쌓기에 드는 비용은 점점 늘어가는 중이다. 영어 말하기 시험인 ‘토익 스피킹’의 응시료는 지난 2일 정기시험부터 기존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9%(7000원) 올랐다. 응시료 인상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토익위원회 측은 “그간의 물가 상승, 지속적인 시험 관련 비용의 증가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어 능력 시험인 HSK IBT의 경우 지난 3월부터 가격이 올라, 스펙으로 인정되는 5급 시험 응시료가 9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15.7% 올랐다. 해외 취업과 유학 등에 필요한 영어 시험인 아이엘츠(IELTS)는 지난 4월부터 기존 대비 3%(8000원) 올라 27만3000원이다. 여기에 4주 기준 기본 13~15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드는 스터디 카페 비용, 각종 인터넷 강의 수강료 등도 부담이다.
“하반기도 어려워”…정책적 대응 필요
주머니 가벼운 취준생들은 크게 오른 물가에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취준생이 몰리는 대표적인 장소인 노량진 거리도 물가 상승의 여파를 비껴나지 못했다. 6일 둘러본 노량진 거리의 한 카페엔 ‘7월부터 원두 가격 인상으로 가격을 300원 올린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이 1300원으로 오른 셈이다. 학원가 근처의 ‘컵밥’ 가격도 올 들어 약 500원씩 올랐다. 3500원이면 먹을 수 있던 기본 메뉴는 4000원대이고,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메뉴는 5000원이 넘는다.
노량진 거리에서 컵밥 장사를 하는 백모씨는 “거의 모든 재료값이 올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한 끼만 사먹는 게 아니니까, 손님 대부분인 학생들에겐 500원 오른 게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중등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20대 C씨는 “집에서 끼니 때우려고 식용유와 참치, 간단한 야채 등만 샀는데, 생각보다 비싸더라”며 “빨리 합격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전문가들은 취준생 가운데서도 취약계층에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후퇴) 상황에서는 일자리에 진입하려는 이들에게 고통이 더 크다”며 “저소득층 자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지원 등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