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시아, 핵무기 감축협정 '뉴스타트' 1년 연장할듯

버락 오바마(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신전략무기 감축 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체결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 감축 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1년 연장하는 합의에 근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스타트는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으로, 양국이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고,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의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정은 내년 2월 5일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앞서 러시아는 별다른 조건 없이 협정을 1년 연장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은 1년 더 연장하되, 해당 기간 동안 모든 전술·전략 핵무기 배치를 동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핵탄두 동결’ 계획에는 단거리 운반 시스템에 장착하는 핵탄두와 비축 핵탄두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연장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거 전날 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숫자를 동결하는 조건으로 협정을 1년 더 연장하자고 제안, 미국의 요구에 맞춰 수정한 합의안을 제시했다. 러시아가 한 발 물러서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협상도 큰 진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WSJ에 “러시아가 핵무기 동결에 합의한 만큼, 나머지 이슈들도 수일 내에 잘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합의에 매우 매우 가까이 있다”며 낙관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핵무기 감축 문제에 진전을 이루려는 러시아의 의지에 감사를 표한다”며 “미국은 검증 가능한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즉각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러시아도 외교관들에게 그렇게 할 권한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진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동결 대상 핵탄두에 대한 정의, 또 검증 문제 등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은 양측이 모든 사거리의 운반체에 탑재된 핵탄두는 물론 비축 핵탄두의 숫자를 신고하고, 비축 핵탄두의 숫자를 늘리지 않기로 약속하길 원하고 있다. 또 양국 핵탄두 제조시설 외부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검증 시스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어떤 추가적인 조건도 달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뉴스타트 연장 합의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내달 3일 대선을 앞두고 외교 성과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타트가 1년 연장되면 중국이 합류하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실제로 중국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 큰 외교적 성과를 올리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WSJ은 “대선 전에 뉴스타트 연장이 합의되면 일단 정치적 약속 형태를 취한 뒤 추후 구속력이 있는 외교각서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