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가치 높은 조선의 휴대용 해시계"…'일영원구' 귀환

지난 3월 미국서 경매로 매입
두 개의 반구…어디서나 시간 측정 가능
"조선의 과학기술 발전 보여주는 유물"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서 공개
  • 등록 2022-08-18 오후 2:38:08

    수정 2022-08-19 오전 10:04:42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과학적으로 정교할 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갖춘 명품 해시계로 평가할 수 있다.”(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소형 해시계가 국내에 공개됐다. 지난 3월 미국에서 경매로 매입한 ‘일영원구’(日影圓球)다. 고종 27년(1890년) 제작된 유물로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의 휴대용 해시계다. 동과 철로 만들졌고 높이는 23.8㎝, 구체 지름은 11.2㎝로 소형 지구본 크기 정도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왼쪽)과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소형 해시계 ‘일영원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일영원구는 희소가치가 높은 유물로 독창적인 작동원리로 시각을 측정한다”며 “유물 정보가 기재된 명문과 낙관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영원구의 한쪽 반구에는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하였다’는 명문과 함께 ‘상직현인(尙稷鉉印)’이라는 낙관이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1890년 7월 상직현이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상직현은 1881년에 수신사 일본 근대 문물을 접한 무관으로, 국왕의 호위와 궁궐·도성의 방어를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조선 말기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는 반구 형태로, 태양의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뾰족한 막대인 영침이 고정돼 있어 한 지역에서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영원구는 맞물린 두 개의 반구가 각종 장치를 조정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일영원구로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림줄로 수평을 맞춘다.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해 북쪽을 향하게 한 후 위도조절장치를 통해 위도를 조정한다. 이후 횡량에 비추는 태양의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해 현재의 시간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다림줄은 유실됐으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흔적을 확인했다.

한쪽 반구에는 12지의 명문과 96칸의 세로선으로 시각을 표시했는데, 이는 하루를 12시 96각(15분)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 시각법을 따른 것이다. 학계는 일영원구가 국보인 자격루와 혼천시계에서도 보이는 12지 시간 알림 장치를 둔 점에서 조선의 전통 과학기술을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외국과의 교류가 급증한 구한말 상황에 맞게 다른 나라에서도 쓸 수 있도록 고안한 유물이라는 것이다.

이용삼 교수는 “조선말 서양의 손목시계가 들어왔지만, 우리만의 과학·공예 기술을 발전시켜 해시계를 제작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라며 “향후 연구·교육 자료로써 활용 가치가 높다”고 의미를 뒀다.

일영원구의 국외 반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당초 소장자이던 일본 주둔 미군장교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영원구는 오는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선시대 소형 해시계인 ‘일영원구’(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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