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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 국내 2호점인 고양점 개장이 목전에 몰리면서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가구 판매 단지인 ‘고양가구단지’가 공멸 위기에 몰렸다. 1호점인 광명점보다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은 수십배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케아는 오는 19일 경기 고양시에 매장면적 5만2199㎡(약 1만5800평)에 이르는 초대형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개장한 고양 스타필드(매장면적 13만5500㎡·약 4만평)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이다. 연달아 초대형 쇼핑몰이 문을 열면서 지역상권 특히 소상공인이 밀집한 가구 단지는 패닉 상태다.
고양가구단지는 크게 일산동구(약 80개)·일산서구(약 90개)·파주운정(약 50개) 가구단지 등 200여개로 이뤄져 있다. 역사와 전통,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여타 국내 가구단지를 압도한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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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소상공인 문제는 광명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2014년 이케아가 광명에 상륙한 후 지역 가구 상권은 반토막 났다. 광명의 한 가구 판매점 사장은 “이케아가 들어오기 전만 해도 가구 매장이 60여개 있었지만 현재는 30여개뿐이 남지 않았다”며 “매장과 취급 품목 크기가 작은 생계형 소상공인은 다 쫓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생존한 가구점은 그나마 여유가 있고 이케아의 특성을 간파한 소상공인들이다. 또 다른 광명 가구 판매점 사장은 “흔히 사람들이 이케아를 가구업체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생활용품업체”라며 “이케아의 가구는 조악하고 불편할 뿐 더러 소파·침대·식탁 등은 경쟁력이 낮다”고 진단했다. 생존 소상공인들은 이점을 적극 이용해 이케아를 찾는 유동인구를 흡수했다.
하지만 고양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케아 유동인구를 흡수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일산동구 가구단지는 차로 20분, 일산서구는 35분(15㎞)이나 걸린다. 이케아 고양점을 둘러본 후 지역 가구점을 들리기 쉽지 않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보다 근처 스타필드 내에 입점한 한샘(009240), 에이스침대(003800), 일룸 등이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케아는 지난해 말 고양시와 상생협약이라는 명분으로 고양 가구단지에 3년에 걸쳐 10억원을 기탁하기로 했다. 소상공인들은 생색내기라는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처음에는 60억원을 지원하겠다 했지만 10억원으로 줄었다”며 “이 금액은 2년 정도 광고비밖에 되지 않는 큰 의미 없는 숫자다”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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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이케아의 국내 1호점인 ‘광명점’ 개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실태‘에 따르면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55%로 나타났고 이들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31.1%로 조사됐다. 특히 가구소매, 가정용 직물제품 소매, 식탁 및 주방용품 소매는 각각 71.8%, 76.9%, 71.4% 등 응답자 대다수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