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끝났지만 …산업계 '우려' 더 커졌다

8일간 2조 훌쩍 넘는 피해 남긴 화물연대 파업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첫 시험대' 평가
안전운임제 그대로 유지하며 기업 부담 여전
물류 '무기' 삼는 파업 반복할까 우려
  • 등록 2022-06-15 오후 5:35:10

    수정 2022-06-15 오후 9:13:01

서울의 한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함지현 기자] 자칫 대한민국 산업시계를 멈춰 서게 할 뻔한 화물연대 파업이 8일 만에 종료됐지만,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첫 시험대가 된 화물연대 파업이 극적으로 타결되긴 했지만, 강경한 대응을 통해 해법을 내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가 결국은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파업기간 산업계는 이미 추정치로만 2조원, 실제로는 이를 크게 웃도는 손실을 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파업의 발단이 된 ‘안전운임제’는 그대로 유지, 기업들은 부담을 떠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가 물류를 볼모로 한 파업을 통해 화물연대가 원하는 바를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될 경우 산업계만 손실과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실만 남긴 파업…정상화에도 ‘어려움’

15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인 14일 밤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안전운임제’ 연장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7일 자정부터 화물운송 거부에 나선 화물기사들은 이날부터 현업에 복귀했고, 철강·시멘트·석유화학·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물류 운송 차질도 정상화에 돌입했다.

다만, 8일간 운송이 멈추고 공장 가동이 중단된 만큼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8일간 손실액은 집계된 것만 2조원을 넘어선다. 이는 철강 5개사, 화학 8개사 등 대표 기업만을 집계한 것으로 현장에서 손실은 2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이날부터 시멘트 출하 재개에 나섰다. 출하 봉쇄가 풀리게 된 만큼 평소보다도 30~40%가량 더 많은 양의 시멘트를 내보내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수량을 조금씩 보충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의 1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누적 손실액만 1060억원에 이른다.

시멘트를 공급받게 된 레미콘사들도 즉각 공장 재가동에 돌입했다. 시멘트 재고가 부족해 사실상 생산을 중단했던 레미콘 업체들은 이날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을 속속 재개하는 모습이다. 다만 완전히 비어 있는 재고를 보완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상화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레미콘사들이 이번 파업으로 본 피해액은 약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 5개사 기준 1조1500억원이 넘은 손실을 본 철강업계도 이날부터 철강재 육송 출하를 재개했다. 포스코의 경우 지금껏 육송 출하가 지연된 물량은 약 30만톤(t)에 달한다. 밀렸던 물량을 모두 출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달 말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번 파업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포항제철소 선재공장 4곳과 냉연공장 1곳은 16일부터 모두 정상 가동할 계획이다.

파업 철회 환영하지만, ‘불씨’ 여전히 남아

산업계에서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철회를 환영하면서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을 연장하기로 합의한데다 안전운임 적용 품목도 확대 논의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화물연대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 보장을 통해 과로·과적·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적정임금을 법으로 규정해 놓은 제도다. 2020년에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12월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시행해달라고 요구해온 반면 화주와 운송사업자는 예정대로 올해 말 제도를 종료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실제로 화주와 운송사업자 측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품목별로 운임이 30~40% 올랐다고 주장한다. 위험물 등 품목이나 업종에 따라 중복할증이 붙는 경우 70% 이상 물류비가 급등한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운송업계 관계자는 “만약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더라도 안전운임제 산정, 운영 방식 등은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래미콘업계는 이번 안전운임제 연장에 따른 제품가격 연동 인상을 우려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시멘트 가격에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비용을 포함해 지불해 왔다”며 “그러나 예정했던 대로 일몰(폐지)되지 않고 계속되면 추가적인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류 무기 삼는 행태 반복할까 두려워”…“강경 대응 필요”

특히 이번 타결에서 안전운임제를 얼마나 한시적으로 연장할 것인지, 또는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매듭을 짓지 못한 ‘미봉책 연장’이어서 불씨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다시 화물연대가 파업을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화물연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노사 간 갈등 상황에서 파업이나 불법, 부당행위 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물류와 같은 산업 근간을 무기 삼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의 보다 강경하고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화물연대 사태는 코로나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고통만을 남겼다”며 “새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불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화주연합회가 있는 한국무역협회는 “시장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운임제도의 지속 추진은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매번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국가산업과 경제를 볼모로 하는 이번과 같은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실력행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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