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소극장이 아득한 우주로 변신했다

극단 돌파구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SF작가 김보영 동명소설 원작 연극
무대 기법으로 우주의 광활함 표현
전인철 각색·연출…4~7일 공연
  • 등록 2020-06-04 오후 3:40:08

    수정 2020-06-05 오전 7:57:07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리허설로 미리 만난 극단 돌파구의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보면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인터스텔라’에서 우주로 떠난 주인공 조셉 쿠퍼는 딸 머피가 지구에서 보내온 영상 편지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중력의 차이로 지구 시간으로 7년이 1시간에 해당하는 밀러 행성을 다녀왔는데 딸이 어느 새 자신과 똑같은 나이가 된 것이다. 시간의 상대성이 존재하는 우주의 아득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와 ‘인터스텔라’의 공통점은 성간(interstellar) 여행을 다룬다는 점이다.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만남을 간절히 기원하는 무대 위 두 남녀의 이야기에서 ‘인터스텔라’가 전했던 아득하고 광활한 우주의 신비로움을 다시 느꼈다.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한 장면(사진=극단 돌파구, 이강물)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국내 SF 장르를 대표하는 김보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연극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팬인 한 독자로부터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한 소설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원작소설을 썼다. 이번 공연은 극단 돌파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연출가 전인철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작품은 광속으로 성간 여행이 가능해진 미래를 무대로 결혼을 약속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결혼식을 앞두고 여자는 지구 시간으로 9년이 걸리는 알파 센타우리에 다녀와야 한다. 9년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남자는 기다림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상대성 원리에 따라 2개월만 시간을 보내면 되는 ‘기다림의 배’에 올라탄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고가 잇따르게 되고 두 남녀의 만남은 예정했던 2개월에서 점점 더 늘어난다. 그 사이 지구는 영겁의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다.

SF영화로 만들었다면 CG와 각종 특수효과가 등장할 법한 이야기다. 연극은 시공간의 한계를 무한히 뛰어넘는 우주의 이야기를 무대 문법만으로 표현해낸다. 무대 양옆에 설치한 거울 벽, 무대 깊숙이 배치한 스크린에서 등장하는 영상이 좁은 소극장을 광활한 우주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없어 관객은 인물들과 함께 우주를 유영하듯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한 장면(사진=극단 돌파구, 이강물)


두 남녀의 이야기지만 등장 배우는 김민하, 안병식 유은숙 3명. 이들은 여자와의 만남을 위해 우주에서 긴 세월을 견뎌내는 남자를 함께 연기한다. 배우들은 무중력의 우주를 떠돌듯 객석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긴 독백을 소화하며 관객의 ‘우주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없이 우주를 떠돌던 두 남녀는 결국 만날 수 있을까. 작품은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러나 아득한 우주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 깊이를 더해가는 두 남녀의 그리움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어두운 우주를 무대로 한 작품인 만큼 검은 의상을 입고 관람할 것을 권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총 5회 공연한다.

연극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한 장면(사진=극단 돌파구, 이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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