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팔아요?"…정부 발표에 우체국·농협 찾은 시민들 '허탈'

27일 오전 서울 시내 농협과 우체국에 대기줄 이어져
급등한 가격 탓에 평소 마스크 사기 어려운 노인들 많아
"수도권 제외 우선 공급"안내에 막막해하는 모습
  • 등록 2020-02-27 오후 12:28:35

    수정 2020-02-27 오후 4:18:32

[이데일리 사건팀] “마스크 판다면서요. 정부 발표 듣고 일부러 들렸는데 왜 안 파는 건지…”

27일 오전 서울 시내 우체국과 농협 앞이 시민들로 북적였다. 특히 고령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해 ‘마스크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저렴하게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아침부터 우체국과 농협을 찾았다. 정부가 농협과 우체국 등을 통해 마스크를 저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았다는 소식만을 듣고 허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7일 오전 우체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공지유 기자)
마스크 우선 공급 지역 아닌 서울에서도 마스크 사려는 대기줄 이어져

27일 오전 8시부터 서울 광진구 자양우체국 앞엔 대기줄이 이어졌다. 영업시간 10분 전이 되자 20여 명이 줄을 섰다. 자양우체국은 문을 열기 5분 전 ‘오늘 이곳에선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방송에서 마스크를 판다고 했는데 왜 팔지 않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는 강모(76)씨는 “여동생이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해 8시부터 한 시간 넘게 우체국 앞에서 기다렸는데 허탕”이라며 “방송에선 오늘 우체국 가면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3월에나 살 수 있다는 안내문만 받고 돌아가려니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강씨가 돌아간 후에도 몇몇 시민은 우체국을 찾아 “마스크를 어디서 사면 되냐”고 묻고 발길을 돌렸다.

건너편 농협 하나로마트에도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신모(51)씨는 “집에 준비해둔 마스크가 떨어져 더 사려고 출근하기 전에 하나로마트를 찾았다”며 “뉴스에선 분명히 판다고 했는데 오늘 살 수 없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줄 선 시민들 중엔 편의점, 약국을 돌아다니기 힘들어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지 못하는 고령층이 특히 많았다. 이들은 급등한 마스크 가격 때문에 구입이 부담스럽던 차에 우체국과 농협 등에서 마스크를 저가로 살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왔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온라인 쇼핑도 못 해…뉴스만 믿었는데 어디서 사”

현장에서는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가 혼선을 가져왔다고 허탈해하는 목소리가 컸다. 서울 마포구 망원 우체국 앞에서 만난 이모(67)씨는 “뉴스를 보고 왔는데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다니 어떻게 하나 싶다”라며 “인터넷으로 주문할 줄 모르는데, 아들에게 말해 부탁해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서울 시내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앞엔 ‘마스크는 전국 읍면 소재 우체국에서 판매한다’, ‘수도권 외 지역 농협을 통해 마스크가 우선 지급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찾아온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고 안내하느라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한 하나로마트 직원은 끊임없는 문의전화에 “마스크가 2월쯤 들어올 예정이라는데 3월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직 잘 모른다”고 답변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오픈 시간부터 마스크가 있는지 물어보는 주민 전화가 엄청 온다”고 말했다. 한 우체국 직원은 “정부 발표는 마스크 구하기 어려운 지방이나 시골 같은 곳에서 팔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농협·우체국에서 판매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외 지역에 우선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한다는 설명을 접한 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줄 서 있던 노인들은 우체국 앞에서 “홈페이지에 어떻게 가입하는 지도 모른다”고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27일부터 하루에 350만장의 마스크를 국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농협과 우체국, 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들은 생산업체와의 계약 문제로 3월 초는 돼야 판매가 할 수 있다고 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첫 오프라인 공영판매처인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도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26일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정부의 마스크·손 소독제 긴급 수급 조정 조치에 따라 우정사업본부·농협중앙회·공영홈쇼핑과 함께 마스크 수급 공적 판매처로 지정됐다.

행복한백화점에서 KF94 마스크를 1인당 5개씩(개당 1000원) 한정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백화점 건물 입구부터 밖까지 30m에 달하는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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