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대신 1400살 '반가사유상' 앞에서 갖는 사유의 시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2일 개관
국보 78·83호 반가사유상 함께 전시
"섬세한 표현까지 볼 수 있게 조명·크기 설계"
  • 등록 2021-11-11 오후 6:12:58

    수정 2021-11-11 오후 6:12:58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고요한 영상이 흐르는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면 잠깐 일상을 내려두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이 든다. 긴 복도 끝 모퉁이를 도는 순간 멀리 보이는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의 아우라에 탄성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넓직한 공간에 나란히 앉은 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반가사유상의 모습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약 1400년 동안 지켜온 두 불상의 신비로운 미소를 바라보면 저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사진=원오원아키텍스)
유리 진열장 없는 전시장서 온전히 유물 감상

우리나라 대표 문화재로 꼽히는 반가사유상을 전용 공간에서 상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2층에 국보 반가사유상을 위해 별도로 조성한 439㎡ 규모의 ‘사유의 방’을 12일 개관한다. 11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반가사유상을 한국 대표 브랜드로 공고히 하고 세계적 작품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다”며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사유를 통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한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용 공간에서 상설전 형태로 함께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박물관에 두 점을 선보일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한 점씩 번갈아 전시됐고, 특별전 기간에만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반가사유상이 한시적으로나마 함께 전시된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중앙청으로 이전한 1986∼1988년, 경복궁 시대를 마감한 2004년, ‘고대불교조각대전’이 열린 2015년 등 세 차례뿐이었다.

이번 ‘사유의 방’에서 나란히 정면을 응시하는 반가사유상 두 점은 유리 진열장이 없어 불상의 아름다운 자태를 사방에서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이 불상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설명을 최소화했다. 타원형의 전시장은 관람객이 정해진 동선 없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음 속 생각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심해 디자인 됐다.

전시 공간은 건축가인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와 함께 설계했다. 최 대표는 불상을 만나기 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어두운 진입로, 미세하게 기운 전시실 바닥과 벽, 몽환적 느낌을 주는 천장을 구상했다. 최 대표는 “배우의 섬세한 표현, 속눈썹 떨림까지 보이는 소극장 크기로 디자인했다”며 “사유의 방은 들어올 때 시점, 나갈 때 시점 등 여러 시점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반가사유상 전시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자 했다”며 “두 불상의 예술성과 조형미를 온전히 표출할 수 있도록 조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사유의 방’에 전시된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비슷한 듯 다른 반가사유상 관람하는 재미

새롭게 마련된 전시공간에서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의 다른 매력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반가사유상은 인도 간다라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나, 고대 한반도에서 많이 제작됐다. 국보로 지정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모두 삼국시대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주조기술이 뛰어나고 조형성이 탁월해 반가사유상 중 백미로 평가된다.

높이는 국보 제78호로 지정된 불상이 81.5㎝이고, 제83호 불상이 90.8㎝로 실제로 보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작 시기는 제78호가 6세기 후반, 제83호가 7세기 전반으로 알려졌다. 제83호는 신라에서 만들었다는 견해가 우세하나, 제78호 제작지를 두고는 여러 주장이 갈리고 있다.

신 연구사는 “제78호 불상은 날카로운 콧대와 또렷한 눈매가 특색으로,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고 보는 각도에 따라 부드러운 미소와 근엄한 표정을 보여주고 제83호 부상은 민머리 위에 단순한 보관을 쓰고 상반신에 단순한 원형 목걸이만 있을 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사유의 방’에 전시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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