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억원 김환기 '우주' 낙찰자, 외국인도 교포도 아니었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크리스티 홍콩서 낙찰
대치동 본사에 갤러리 S2A 개관하면서 3년만에 밝혀
개관전은 쿠사마 40여점으로…"'우주'는 추후 공개해"
  • 등록 2022-07-12 오후 4:22:03

    수정 2022-07-12 오후 4:45:02

김환기의 ‘우주 05-Ⅳ-71 #200’(1971). 2020년 4월 현대화랑 50주년 특별전 ‘현대 50’에 걸렸을 때다.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서 132억원에 팔리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란 타이틀을 얻은 ‘우주’는 김환기 작품 중 가장 큰 규모(254×254㎝)로 추상회화의 정수라 평가받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약 132억원(880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미술사의 겉장을 갈아버린 작품. 김환기의 ‘우주 05-Ⅳ-71 #200’(1971)다. 이전까지 85억원이던 작가 최고가를 단숨에 경신한 건 물론 100억원대를 넘긴 한국 최초의 작품이란 기록에, ‘한국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란 타이틀까지 꿰찼다. 구매 수수료를 포함한 작품가는 약 153억 4930만원(1억 195만 5000홍콩달러)에 달했다.

당시 작품을 판 사람은 알려졌다. 47년간 ‘우주’를 소장해왔다는 김마태(94) 박사 부부였다. 하지만 산 사람이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이었다. 외국인 사업가라는 둥,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교포일 거라는 둥 추측만 무성했더랬다. 그 대작을 들일 만한, 국내 컬렉터로 꼽힌 이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작품을 낙찰받은 ‘우주’의 주인이 3년 만에 공개됐다. 김웅기(71)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다. 불현듯 ‘우주’의 소장자가 세상에 드러난 건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 사옥 내 갤러리 S2A 개관 소식을 알리면서다. 그룹 측은 “김웅기 회장이 국내 작가의 작품 중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김환기의 ‘우주’ 등 국내외 현대미술의 대표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컬렉션의 소개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 감상할 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구매해간 사람을 두곤 추측만 무성했던 ‘우주’

‘우주’는 김환기의 기량이 정점에 도달한 뉴욕시대 말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유일한 두폭화다. 가로·세로 127×254㎝의 푸른 점화 두 점이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으며 전체 규모는 254×254㎝에 이른다.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 ‘우주’는 김환기의 후원자이자 친구, 주치의였던 김마태(94) 박사 부부가 50년 가까이 품고 있었다. 김환기가 뉴욕의 포인덱스터갤러리에서 1971년 전시했을 당시, 김 박사 부부가 직접 구매한 이후부터다.

1972년 김마태 박사의 자택 거실에 앉아 있는 김환기 화백. 화백 뒤로 ‘우주 05-Ⅳ-71 #200’(1971)가 보인다(사진=환기재단).


‘우주’가 경매에서 팔려나간 이후 국내에서 한 번 공개된 적도 있다. 이듬해인 2020년 4월 갤러리현대가 ‘현대화랑이 50주년 특별전’으로 연 ‘현대 50’에서다. 박명자(79) 현대화랑 회장과 김 박사의 친분 덕이었는데. 2012년 갤러리현대의 ‘김환기 개인전’을 위해 ‘우주’는 뉴욕서 서울로 한 차례 먼 여행을 했던 터. 8년 전 추억을 더듬는 ‘현대 50’ 전에 ‘우주’가 다시 찾아왔던 거다.

이번 공개로 혹여 ‘우주’가 외국으로 팔려나갔을 것에 대한 아쉬움은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소장자뿐만 아니라 작품까지 한국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말이다. 현재까지 김환기의 ‘우주’가 세운 최고가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으며, 100억원대를 넘긴 작품도 나오지 않고 있다.

김웅기 회장, ‘우주’ 외 ‘쿠사마’ 주요 작품도 소장

글로벌세아는 경영컨설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중견기업. 김 회장은 1986년 의류 제조·수출 기업 세아상역을 창업해 연 매출 4조원대 기업을 일궈낸 인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쌍용건설 인수 작업에 착수, 업계에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갤러리 S2A의 개관에 맞춰 문화예술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우주’ 외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에서 54억 5000만원에 팔린 쿠사마의 노란 ‘호박’(1981)도 김 회장이 낙찰받은 것으로 보인다. ‘호박’은 지난해 국내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이 된 동시에 국내서 거래된 쿠사마의 작품 중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15일 개관을 앞둔 갤러리 S2A는 바로 그 쿠사마의 작품들로 개관전을 꾸린다. ‘’쿠사마 야요이의 유니버스: 영원한 여정’ 전이다. 갤러리 SA2는 “쿠사마의 회화·조각·설치작품 등 4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개관전에는 ‘호박’(1981)을 비롯해 김 회장의 소장품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환기의 ‘우주’를 공개하는 시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갤러리 S2A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 '아따, 고놈들 힘 좋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