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월급제 시행됐지만…여전히 `유사 사납금` 횡행

올해부터 전국 법인택시 대상 전액관리제 시행
‘월 운송수입금=유사 사납금 제도’ 악용 우려 커져
전체 90% 임금협상 못해…초과 수익 분배 불만도
市 “최저임금 보장 목적…제도 정착 과도기 단계 ”
  • 등록 2020-01-15 오후 2:45:12

    수정 2020-01-15 오후 2:45:12

서울 시내 서울역 앞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월급제로 바뀌어서 더 안정적이라고요? 전엔 회사에 하루 13만원 정도를 냈는데 이젠 17만원을 못 채우면 기본 급여도 제대로 못 받을 지경입니다. 손님들이 현금으로 낸 택시비나 승하차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일일이 체크해서 매일 감시 받는 기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전국 법인택시를 상대로 시행하는 전액관리제가 현장에서 큰 혼선을 겪고 있다. 기존 택시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됐던 사납금(택시기사가 의무적으로 회사에 내야 하는 납입 기준금)을 폐지하고 월급제 형식인 전액관리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일부 법인택시 회사들은 사납금과 유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월급제 도입으로 기본급여는 올랐지만 기존 운송수입금 자체가 크게 오른데다 초과수익 분배와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면서 법인택시 기사들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제도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사 총 운송수입 부담 커져…수익분배도 ‘불만’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 기사가 하루 운행하며 승객에게 받은 돈을 모두 회사에 내고 회사가 수입 전액을 관리해 기사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일부 택시회사에서는 올 들어서도 여전히 유사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법인택시 1명당 일평균 사납금은 13만8000원. 월평균 사납금 규모는 약 350만원(26일 만근 기준)이다. 이 경우 법인택시 기사가 한 달 동안 벌어들이는 총 매출(월 평균 약 480만원)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 이익과 월 기본 급여(약 120만~130만원)를 합한 금액이 기사들의 총수입이 됐다.

이달부터는 운송수입금 전부를 각 택시회사에 제출하면 기사들은 기본 급여를 기존 보다 60만~70만원 인상된 190만원을 받게 된다. 단 이 경우 월 기준 운송수입금을 410만원으로 맞춰야 한다. 이를 악용해 여전히 일부 택시회사는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쓰고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월 운송수입금 기준이 변형된 사납금 제도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시내 한 택시 기사는 “기본급이 올랐다고 하지만 운송수입금 자체가 올라 하루에 17만~18만원 가량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여가 깎일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기존 사납금 체제 때보다 오히려 더 업무환경이 힘들어졌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초과 수익 분배도 논란거리다. 기존 사납금 체제에서는 기사들의 전체 매출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금액은 기사들의 몫이었지만, 전액관리제 체제에서는 기본급여를 넘는 수익금에 대해 기사와 택시회사가 6대 4나 또는 7대 3 구조로 수익금을 나눈다. 예를 들어 법인택시 기사가 회사에 제출하는 월 수익이 총 590만원이라고 하면 이 금액에서 190만원을 제외한 400만원 중 240만원은 기사에게, 나머지 160만원은 회사가 수입(6대 4 기준)을 챙기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전체 수입금을 걷는 방침을 정했지만 그 이상의 수익에 대해 법인택시 기사와 회사가 수익을 나누는 것은 각 회사별 노사협상에서 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택시기사의 월 매출 총액을 일할 계산해 유사 사납금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런 경우가 적발된다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곳 중 1곳 임금협상 못해…유권해석 놓고 의견 ‘분분’

이처럼 전액관리제 도입이 순탄치 않은 이유는 각 법인택시 노사간 입금 협상이 원활치 않아서다. 현재 서울 지역 내 법인택시 업체는 총 254곳. 이 중 노사 간 임금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10% 내외다. 10곳 중 1곳은 전액관리제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와 법인택시회사 단체가 맺은 임금 협상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협상 당시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월 운송수입금 410만원 이하 등 불성실 택시 근로자에 한해서는 월 기본급여에 포함된 20만원의 상여금을 줄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각 법인 택시회사들이 상여금을 깎으려고 하자 지난달 국토부는 전체 운송수입금과 상관없이 기본급여를 깎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즉 ‘실적에 따라 정액급여를 삭감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 것.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노조와 법인택시 업체들이 협상을 한 것에 대해 국토부가 재차 수정하라고 압박한 꼴이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각 사들이 이를 지킬지는 미지수”라며 “기본급여를 깎게 되면 사실상 전액관리제가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이라 제도가 정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액관리제 감리·감독을 맡은 서울시는 근로기준법 자체를 위반하지 않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인택시 월급제는 기존에 열심히 운행 수입을 올린 기사분들이 일정 부분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지만, 최저임금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방향성은 맞기 때문에 제도 정착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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