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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리서치(HFR) 데이터를 인용해 올 초부터 4월 말까지 미국의 헤지펀드 중 퀀트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이 15.1%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1.9%이고,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3%다. HFR은 3370억달러(약 425조8000억원) 규모의 퀀트 펀드가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해석했다.
퀀트는 정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t)의 줄인 말로 주가수익비율(PER) 등 다양한 시장 지표를 활용해 수학적, 통계적 방법을 적용한 투자다. 퀀트의 가장 큰 특징은 변곡점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승하던 주식이 하락 추세로 돌아설 기미를 보일 때 재빨리 공매도 등을 통해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얻는 것이 퀀트 투자다. 하락하던 주식이 상승할 때도 마찬가지로, 퀀트 투자는 방향성과는 무관하다. 이는 퀀트 투자가 시장 흐름을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을 때보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 투자자가 우왕좌왕할 때 퀀트 펀드는 미리 자산 움직임의 경로를 읽고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퀀트 펀드가 2008년 이후 계속 부진하다가 올해 들어 유독 빛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금융 위기 때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긴축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은, 모두 변동성 크게 확대 시기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 사이 구간인 2010년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연준의 완화정책이 지속됐던 때다. FT는 “퀀트 투자에 있어 2010년대는 ‘죽은 10년’(dead decade)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시대 전환, 천천히 진행…퀀트 약진 한동안 지속될 것”
FT는 퀀트 펀드의 약진은 대부분 하락하는 국채에 대한 역베팅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저 1.51%에서 최고 3.2%까지 올랐다. 독일 10년물은 -0.18%에서 1.19%까지 치솟은 바 있다. 금리와 국채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퀀트 펀드는 이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퀀트 펀드도 계속 양호한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시스테마티카의 브라가 설립자는 공급망 변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을 지목하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전환은 마치 커다란 바지선이 방향을 트는 것처럼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퀀트 펀드의 약진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