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적인 사례가 고등어다. 고등어 해프닝은 지난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 직후 시작됐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같은 달 23일 실내 미세먼지를 조사한 결과 집 안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미세먼지 나쁜 날의 30배 이상 농도의 미세먼지가 나온다고 발표했다. 고등어가 하루아침에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흉으로 전락한 것이다. 고등어 소비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고등어를 잡고 파는 어업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 해양수산부는 ‘고등어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6일부터 수협중앙회, 롯데마트와 손잡고 고등어 30% 할인 판매촉진 행사를 벌이고 있다. 행사 첫날 현장에는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나서 구운 고등어를 직접 시식하며 안전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고등어를 지목할 때는 언제고, 병 주고 약 주는 것이냐며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수부의 고등어 판촉 행사는 전국 120개 롯데마트와 수협 판매장에서 오는 13일까지 계속된다. 이 행사에만 국민 혈세인 정부 예산이 2000만원이나 들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실험과 발표로 혼란을 야기한 뒤 뒷수습을 하느라 애를 먹는 꼴이다.
7일 이마트에 따르면 고등어 금어기(5.4~6.5)가 끝난 직후인 최근 한 달간(5.6~7.5) 생고등어 매출은 9억7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했다. 구매고객 수도 17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5만3000명보다 17%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고등어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산 고등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미세먼지 논란이 고등어 판매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발표 직후 고등어 시장이 위축되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고등어 금어기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한때 고등어 가격이 내려간 것도 미세먼지 논란으로 소비자들이 고등어를 외면해서가 아니라 금어기가 풀리면서 어획량이 늘어서다. 정부 발표에 따른 시장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 달 말 친환경 소비 촉진의 일환으로 내놓은 ‘고효율 가전제품 10% 환급 정책’도 준비 미흡으로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30일까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2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가격의 10%를 환급해준다는 내용인데 초기 시행 단계에선 가전양판점 4개사로 제한했다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추후 신청을 받아 보름 뒤인 15일 환급매장을 늘려 추가로 공지하려던 시기를 앞당겼다.
지원 대상은 △에어컨 △40인치 이하 TV △공기청정기 △일반 냉장고 △김치 냉장고 등 5개 품목이다.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 쓰는 가스레인지, 오븐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
☞ [포토]김영석 해수부장관 “고등어 안심하고 드세요”
☞ [기자수첩]고등어에게도 세금을 내라고 하는 정부?
☞ 미세먼지 주범?…'고등어'를 위한 변명
☞ [김민구칼럼] 고등어가 무슨 죄길래
☞ 이용득 의원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대책 사업 총체적 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