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디지털 치료제 발전 가능성 주목해야”

한덕현 중앙대병원 교수, 디지털 치료제(DTx) 연구결과 발표
“게임성·과학근거 둘다 잡으려면 게임업계-의학계 교류 늘어야”
“학계 중심의 초기 투자..기업 확대 위한 보호규정 마련 필요”
  • 등록 2021-03-23 오후 4:08:26

    수정 2021-03-24 오전 8:50:53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디지털 치료제 연구결과 발표 자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포켓몬들을 잡으러 다니는 인기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디지털 치료제(DTx)가 될 수 있을까.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는 기능성 게임이 디지털 체료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게임 알고리즘이 DTx의 첫걸음

2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여의도 전경련회관 루비홀에서 개최한 ‘디지털 치료제 연구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한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로서 기능성 게임의 활용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한 교수는 “포켓몬 고로 피카추 잡으려고 돌아다니다 보니 사용자들의 걸음걸이가 약 26% 증가하고 체중감소 효과가 나타났다”며 “그 어떤 다이어트 프로그램보다도 치료 효과가 좋았다. 이런 면을 기능성 게임으로 주목해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장된 게임 중에는 이처럼 내재된 알고리즘이 디지털 치료제로 전환될 잠재력이 높은 게임들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학적으로 전환이 이뤄지면 충분히 디지털 치료제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교수는 본인이 직접 개발한 유방암 환자 약물 복용 및 부작용 관리를 위한 ‘아이러브 브레스트’와 강박장애 치료를 위한 ‘힛 더 치킨’ 등의 게임을 직접 소개하며 게임 요소가 디지털 치료제에 어떻게 쓰이는 지 소개했다. 힛 더 치킨의 경우 손바닥에 묻은 세균을 강박증 환자가 하나씩 지우다 몇 초를 남기고 참게 하는 미션을 제공하고, 성공 시 보상을 제공하는 게임 요소를 갖췄다.

한 교수는 “소개해드린 게임들이 치료 효과는 있으나 일반 게임이 가진 의외성과 재미가 매우 약한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은 앞으로 의학계와 게임업계의 교류를 통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과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디지털 치료제 연구결과 발표 자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비처방성·보완형 등으로 세분화 추세

치료 목적의 게임적인 요소만 갖추면 모두 디지털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한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핵심 요소로 △하드웨어의 영향 없이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어야 하고 △독립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다른 약이나 기계와 혼용이 가능하고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과학·의학적인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정의했다.

다만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도 처방성뿐만 아니라 비처방성의 경우도 나눠서 접근하는 추세다. 의사의 처방을 거치지 않는 비처방성 디지털 치료제는 직접적 치료 효과보다는 건강상태를 인지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또 다른 약물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독립형과 치료 효과 향상을 지원하는 증강형, 행동패턴 및 생활습관의 개선을 도모하는 보완형 등으로 세분화도 가능하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19.9%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2026년에는 11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학계 지원이 77%로,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ASD(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조울증) 등을 치료하는 보조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교수는 “현재는 학계에서의 접근이 대부분인데 앞으로는 기업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활발해져야 한다”며 “도입 확대를 위한 보호규정, 처방기준 확립, 허가 및 지식재산권 보호, 의료정보의 안정성 확보 등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치료제는 법, 의료, 사회 등이 한 데 모인 총화로, ‘융합의 최첨단’이라 할 수 있다”며 “어느 한 회사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라는 것은 곧 그 회사가 융합시대의 최상단 꼭대기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 확대 위한 부처별 지원 활발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장병희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조아람 과기정통부 사무관, 강영규 식약처 첨단의료기기과 팀장, 박혁태 콘텐츠진흥원 팀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각 계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활용 촉진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조아람 과기부 사무관은 “국내에는 아직 식약처 승인을 받은 사례가 없어서. 현재 국내외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는 R&D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과기부에서는 다양한 기초원천연구 사업과 과제들을 통해서 질환별 진단 치료 모니터링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내년에 시작하는 신규 사업 중 하나인 자폐 장애 아동을 위한 연구 사업에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30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강영규 식약처 팀장은 “규제 당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를 의약품보다는 의료기기로 제도화하고 있다, 작년에 어떤 제품이 의료기기에 해당하고, 어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되는 지 등 기본적인 근거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며 “사실상 세계 최초의 가이드라인인데, 개발 업체들이 조금이라도 더 신속하게 제품화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게임업계와 의학계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박혁태 팀장은 “양자 간의 네트워킹을 구축해주는 시스템, 특히 실제로 같이 모여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방 형태의 공동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업계에서 주고 있다”며 이를 검토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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