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크대란 엊그제 같은데 만감이 교차하네요”

1일부터 코로나 위기단계 하향
동네의원·약국, 마스크 착용 ‘의무’→권고
손님들 벗었지만, 의·약사들은 마스크 ‘고수’
시민 의견 분분…“편해졌다” vs “아직 일러”
  • 등록 2023-06-01 오후 5:36:44

    수정 2023-06-01 오후 10:19:11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김영은 수습기자] “코로나19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업했는데, 이제 약국에서도 마스크 안 써도 된다니 만감이 교차하죠.”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의 한 약국. 약사 김모(41)씨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 유행 초반 마스크 품절 대란부터 마스크 5부제까지 마스크 수급난에 진땀을 뺐던 기억도 선명하다고 했다. 그는 “독감이 유행이기도 하고 손님 중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분들도 있어 착용하고 있다”며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니 ‘코로나가 진짜 물러갔구나’ 실감이 난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부터 코로나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면서 지금껏 남아있던 방역조치들이 의무에서 자율·권고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병원과 약국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의무도 권고사항으로 바뀌어 의·약사와 간호사, 손님들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날 이데일리가 서대문구, 종로구, 동대문구, 관악구 등 도심 동네병원·약국을 돌아보니 손님들과 달리 의·약사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및 관악구 일대의 약국 모습.(사진=황병서 기자·김영은 수습기자)
착용 의무 해제 환영 속 “독감 탓에 못 벗어”

약사들이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건 유행세가 꺾이지 않는 독감 영향이 크다고 했다. 또한 위기단계가 낮아지면서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에 적용됐던 7일 격리의무가 5일 격리 권로로 바뀌어, 당분간은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종로5가역 인근에서 21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최모(55)씨는 “약국 문에 붙인 ‘약국 출입 시 마스크 착용 부탁드립니다’ 문구를 어제 떼어냈다”며 “홀가분한 생각도 들었지만, 독감도 유행 중이고 코로나도 끝난 게 아니라 마스크를 계속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건강을 챙기려는 목적도 있고 약국을 찾는 손님들에게 병균을 옮겨서는 안 된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관악구 봉천동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42)씨도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높아졌지만 중증화율은 낮아져서 정부가 마스크 의무를 모두 해제한 건 당여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과거 마스크 대란 시기에 환자들이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적이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그런 때도 있었는데 약국에서도 마스크 의무가 풀리니 좋다”고 했다.

동네병원들도 비슷한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고집했다. 동대문구 인근에서 내과를 운영 중인 의사 박모(57)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마스크 착용 해제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해제한 걸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과나 소아과는 나이가 어리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며 “최근 독감환자도 늘고 코로나 환자도 더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 마스크를 계속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약국 모습.(사진=김영은 수습기자)


시민들 “벗으니 편해” vs “착용 의무 늘려야”

동네병원과 약국을 찾는 시민들 의견은 어떨까.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해제하는 게 맞다는 의견, 고령자를 비롯한 감염취약계층을 위해선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동대문구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온 조모(28)씨는 “이제 평소에 마스크를 안 쓰니까 갖고 다니지 않는데 병원을 잠깐씩 찾을 때마다 챙겨갈 정신이 없어 안 가져가면 못 들어오게 하더라”며 “병원에서 한두 장씩 빌려주지도 않아서 근처 편의점,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서 쓰고 가야했는데 이제 병원 올 때도 편하게 오니 좋다”고 반겼다.

반면에 관악구 한 약국을 찾은 박모(25)씨는 “동네병원에 노약자들이 많이 가는데 그분들이 코로나로 많이들 돌아가셨다”며 “어르신들 생각하면 병원에선 마스크 의무 해제를 조금 더 늦춰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어 “원래 비염하고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코로나 때 마스크를 쓰면서 고생을 덜었다”며 “미세먼지도 있고 해서 마스크를 계속 쓰려고 한다, 마스크 쓰는 문화가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환영해요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 꼼짝 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